[위키미디어 시대가 열린다]<1>디지털 큐레이션의 등장

트위터·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가 열풍처럼 번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들 서비스도 한때 유행일 뿐 조만간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소셜 미디어를 대체할 유력 서비스가 바로 `디지털 큐레이션`으로 불리는 `위키 미디어`다. 위키 미디어 등장 배경과 현황, 미래 등을 10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새 코너 필자인 강학주 이투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소셜네트워크협회 초대회장을 맡고 있으며 `강 팀장의 e비즈스토리 블로그`를 운영하는 파워 IT컬럼니스트다.

[위키미디어 시대가 열린다]<1>디지털 큐레이션의 등장

2010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테크노미(Techonomy) 행사에서 구글CEO였던 에릭 슈미트는 2003년까지 인터넷에 축적된 데이터의 양을 5EB(엑사바이트)라고 말했다. 다음해 IDC는 2011년까지 1.8ZB(제타바이트)에 달하는 데이터가 쌓였다고 발표했다. 이는 에릭 슈미트가 이야기한 5EB보다 2000배가 더 많은 용량이다. 1.8ZB는 책으로 환산하면 세계 60억 인구에게 1인당 약 4톤의 책을 나눠 줄 수 있는 양이다.

2010년 엔터프라이즈 스트레티지 그룹(ESG)의 `인터넷 데이터 특성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7년 동안 새로운 형태의 데이터가 급성장했다고 지적했다. 바로 `비정형화된 데이터(Unstructured DATA)`가 그것이다. 비정형화 데이터란 특정시스템 또는 서비스에서 공통적으로 생성되는 기존 데이터와 달리 구조가 정형화되지 않고 기계적으로 의미를 파악하는 게 불가능한 데이터를 말한다. ESG는 2015년에는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된 데이터보다 비정형화된 데이터가 700배 이상 축적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비정형화된 데이터의 유력한 근원지로 스마트 단말과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꼽는다. 기계적 데이터보다 사용자간 개인적 의미가 담긴 커뮤니케이션 중심의 비정형화된 대화 데이터를 폭발적으로 늘고 최근에는 이를 `빅 데이터(Big Data)`로 정의한다. 빅 데이터 혹은 범람하는 정보 생산자는 스마트 디바이스와 SNS 사용자지만, 정보 범람 피해자 역시 그들이다. 일반 사용자는 자신에게 원하는 정보를 획득하는 기업이나 기관처럼 정교한 시스템 또는 알고리즘을 보유하기 어렵고 웹 라이프(Web Life) 시대에 접어들면서 생활 자체가 인터넷과 밀접하고 의존도가 높아 현 시점에서는 정보의 범람에 무방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사용자에게 주어진 질적 정보 획득 도구는 야후· 구글· 네이버와 같은 검색 포털 서비스가 전부다. 하지만 검색 포털 서비스도 보유한 정보 분석과 분류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최근 몇 년 사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정보 범람이라는 원천적인 문제를 풀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사용자가 검색엔진 결과보다 자신과 연결된 지인 정보를 더 신뢰한다는 보고서를 보더라도 사용자의 어려움을 쉽게 알 수 있다.

이탈리아 언어학자인 움페르토 에코(Umberto Eco)는 논문 작성을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한 결과 논문과 관련된 1만여 건 검색 정보를 보고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인터넷의 무의미하고 무질서한 정보가 오히려 사용자의 의사 결정을 방해하고 있다`며 `인터넷을 정보 쓰레기`로 혹평했다. 최근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질적 정보 획득과 공유를 위해 SNS를 사용하는 사용자가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자신에게 꼭 맞는 정보에 목말라했던 사용자가 대안으로 관계 네트워크 서비스를 선택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견도 분분하다. 그렇다면 SNS 타임라인에서 유통되는 수많은 정보가 질적 정보라 할 수 있을까.

SNS에서 사용자는 자신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정보를 생산 및 발견하고 배치, 재해석하는 활동을 하며 질적 정보 발굴과 유통에 참여하고 있다. 사용자 정보 생산과 획득, 공유 활동은 그동안 인터넷에 방치되고 흘러가는 대규모 정보를 관심사를 중심으로 정리하고 분류하는데 영향을 끼친다.

이렇게 분류된 정보는 비슷한 성향이나 관심사를 가진 상대에게 질적 정보가 될 가능성이 높아 `좋은 정보`로 인식된다. 매그니파이닷넷 창립자이자 CEO인 스티븐 로젠바움은 이런 활동을 두고 정보 과잉 시대의 돌파구라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사용자 스스로가 찾아낸 일련의 활동을 `큐레이션(curation)`이라고 정의하며, 큐레이션은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낸 정보를 목적에 따라 가치 있게 구성하여 배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정보 과잉의 시대, 정보 범람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인류에게 큰 혜택을 주던 정보의 바다는 오히려 의사 결정에 방해가 되고, 필요한 정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정보를 획득하는 활동은 쉽지 않은 과정이 되었다. 때문에 정보 범람 시대에 빠르고 옳은 의사결정을 위한 질적 정보 획득과 공유라는 관점에서 큐레이션은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한다. 아직 큐레이션이 풀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큐레이션된 정보와 큐레이터가 다른 사용자에게 인정을 받고 큐레이션된 정보는 상대방에게도 의미 있는 질적 정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정보를 모으는 범위를 넘어 정보를 재구성 혹은 재분류함으로써 상대방에게 가치를 재생산하는 의미 있는 활동으로 인해 큐레이션은 최근 제3세대 SNS로 주목 받고 있다.

강학주 이투커뮤니케이션즈 대표(khj@estorylab.com)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