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발전소를 건설하겠다고 나선 기업들이 연이어 사업 취소의사를 밝히고 있다. 지자체 동의를 받는 데 어려움을 느낀 나머지 정부의 사업계획 확정에 앞서 사업을 포기하는 모습이다. 민간기업의 발전사업 참여를 이끌어내 부족한 전력을 확충하려 했던 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됐다.
10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6차 수급계획 관련 발전소 건설의향서를 제출한 24개 민간기업 중 메이야파워컴퍼니와 현대건설이 각각 해남 1~4호기와 포항 1·2호기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계획 취소 공문을 정부에 제출했다.
첫 민간 원자력발전소로 주목을 받았던 포스코건설의 삼척 원전도 사업을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까지 취소되면 880만㎾의 발전설비가 6차 수급계획에서 빠진다. 우리나라 총 전력설비의 10분의 1이 넘는 전력량이다.
건설의향서 공모를 마감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사업 취소가 사례가 나오는 이유는 지역주민의 반발이 커서다. 민간기업들이 발전소 건설의향서를 낸 대부분의 지역에서 주민 반발이 거세지면서 지자체 동의를 받는 작업이 난항을 겪는다. 최근 환경단체 등 각종 이권이 난립하면서 발전소 유치를 놓고 지역주민 간 갈등의 골도 깊어졌다. 100만㎾급 석탄화력발전소 네 기가 들어설 예정이었던 해남은 주민이 서로 대립하다 발전소 건설 반대대책위 사무실에 트랙터가 돌진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민간기업이 발전소 건설계획을 확정받기 위해서는 주민동의가 필수다. 심사에서 주민동의가 차지하는 배점이 100점 만점에 25점으로 비중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신규부지에 발전소를 건설하는 만큼 주민동의 절차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취소 사업이 추가로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나마 친환경 이미지라는 LNG 복합화력발전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복합화력은 주거지 인근 지역에 발전소 건설계획을 세웠지만 대부분 관련 지자체들이 일정 수준의 세수익을 거두고 있어 신규 발전소 유치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업계는 지자체 동의 관련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기존 발전회사들은 기존 확보부지에 신규발전소를 건설하지만 이번에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은 신규부지를 확보해야 하는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민간발전사 관계자는 “지역 혐오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수위는 계속해서 높아진다”며 “주민동의서를 받는 게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까운 현시점에서 발전소 건설을 확대하려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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