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코리아가 `똑똑한 SUV`를 표방한 신차 `올-뉴 이스케이프`를 출시했다. 신형 이스케이프는 포드가 올해부터 내년 봄까지 한국 시장에 내놓기로 한 7가지 신차 중 하나다. 포드 이스케이프는 북미의 베스트셀링 SUV 일뿐 아니라, 한때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모델인데, 이번에 나온 차는 뼈속까지 달라졌다. 포드가 일본 마쯔다와 공동 개발해 2001년 처음 내놓았던 기존 이스케이프를 버리고, 유럽 포드에서 개발한 `쿠가`를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이스케이프를 탄생시킨 것이다. 오랫동안 따로 놀아왔던 포드의 글로벌 자산들을 하나로 묶어 나가기로 한 `원 포드(One Ford)` 전략에 의한 것이다.
![나는야 `똑똑한 SUV`, 포드 이스케이프](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2/10/11/340620_20121011104551_043_0010.jpg)
새 이스케이프의 공격적이고 단단해 보이는 외관이나 운전석 주변의 굴곡이 많은 디자인은 원 포드 전략의 또 다른 결과물인 준중형 해치백 `포커스`와 닮은 구석이 많다. 미국에서 생산되지만 유럽 차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사양도 기대 이상으로 좋다. 음성 명령이 가능한 `마이포드 터치` 및 `싱크`, 평행 주차를 간편하게 끝내주는 `액티브 파크 어시스트`, 양손 가득 물건을 들고도 뒷 범퍼 아래로 다리만 뻗어주면 트렁크 문을 열거나 닫을 수 있는 `핸즈프리 파워 리프트게이트`, 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비스타 루프`가 대표적이다. 에어백은 운전석 무릎 에어백까지 7개를 갖췄다. SUV에 바라는 기본 사항이라 할 수 있는 넓은 시야와 편한 승하차 높이, 실내 공간 여유, 다양한 수납공간 등도 잘 갖춰져 있다. 뒷좌석은 등받이 각도 조절이 될 뿐 아니라 접기도 간편하다.
엔진은 1.6ℓ와 2.0ℓ 두 가지이고, 모두 가솔린이다. 기존 이스케이프가 2.5ℓ, 3.0ℓ 엔진을 탑재했던 것과 차이가 크다. 포드는 연료 직분사와 터보 차저를 적용한 `에코부스트` 엔진들로 종전보다 배기량을 낮추는 다운사이징을 강하게 추진해 나가고 있다. 이스케이프에 얹힌 1.6ℓ, 2.0ℓ 엔진은 기존 2.5ℓ, 3.0ℓ 엔진보다 힘은 더 좋으면서 연료는 적게 소모한다.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배기량에 따른 세금을 적게 낸다는 장점도 있다. 포드는 내년까지 한국 시장에 출시되는 차량의 90%에 에코부스트 엔진을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포드 익스플로러, 토러스에 먼저 얹혔던 2.0ℓ 243마력 에코부스트 엔진은 차체가 상대적으로 작은 이스케이프에게는 `고성능`을 제공한다. 구형 이스케이프의 3.0ℓ V6보다 힘차고 부드럽고 조용하게 느껴진다. 이에 비하면 이번 이스케이프를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1.6ℓ 180마력 에코부스트는 다소 거친 첫 인상을 준다. 좀 더 솔직하게 엔진의 존재를 내세우는 느낌이다. 1.6의 경우, 고속에서의 힘 부족은 어쩔 수 없지만 일상적인 영역에서는 답답함을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변속기와의 궁합은 조금 아쉽다. 오락가락 하는 변속기를 다독이려면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거나 레버의 엄지손가락 위치에 있는 수동 조작 버튼을 이용하면 된다.
이스케이프의 하체는 유럽에서 호평을 받아온 포드 쿠가의 것을 그대로 적용해 핸들링이 뛰어나면서도 승차감이 단단하거나 튀지 않는다. 지능적으로 제어되는 4륜구동 시스템도 한몫 거든다. 평상시에는 앞바퀴만 굴리지만 가속할 때는 네 바퀴를 구동하는 등 상황에 따라 빠르게 바뀌며, 계기판 화면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안전하고 빠른 코너링을 돕는 토크벡터링 컨트롤과 커브 컨트롤도 강력한 무기다.
새 이스케이프는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동급 가솔린 모델들 중 최고의 연비를 자랑하고 있다. 편도 100㎞의 거리를 달린 이번 시승에서는 1.6이 7.5㎞/L, 2.0이 6.5㎞/L의 연비를 보였다. 공인 복합연비는 1.6이 10.1㎞/L, 2.0은 9.2㎞/L. 가격은 1.6 모델 기준 3230만원이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