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풍력 사업이 `올 스톱` 됐다. 풍력을 제2의 조선산업으로 키우겠다던 정부의 의지는 온데간데없고 정부를 믿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풍력 업체들은 극심한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와 정부부처에 따르면 환경부는 최근 `육상풍력발전 입지선정 가이드라인` 수정본 작성을 완료하고 오는 15일 업계를 대상으로 공청회를 진행한다.
가이드라인은 풍력발전기 설치 부지를 선정할 때 환경적 고려 사항을 제시한 것으로 초안이 제시한 규제가 너무 심하다는 업계 반발 등으로 수정을 거쳐 새롭게 나왔다.
본지가 입수한 수정 가이드라인을 확인할 결과 환경부의 입지선정 가이드라인 초안과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다. 표현상 `최대한 회피` `중점 검토` 등으로 완화했을 뿐 백두대간보호구역,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 등 환경적 피해가 예상되는 곳은 사실상 풍력발전기 설치가 불가능하다.
수정본에 기대를 걸었던 풍력 업계는 사실상 패닉 상태다. 바람 자원이 부족한 국내 환경에서 가이드라인까지 충족하라는 것은 아예 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는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에 묶여 있는 풍력 단지만 43개(설비용량 총 1527.85㎿)로 분석하고 있다. 1500㎿는 원자력발전소 1.5기 용량에 해당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사장은 “국내에는 육상풍력 발전 사업에 적합한 부지가 많지만 산림청 등의 규제에 막혀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펴면서 입지선정에 풍수지리를 도입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풍력 업계는 오는 15일 열리는 공청회에서 강력하게 의견을 표명한다는 계획이다. 풍력 업체와 발전사들은 지난 7월 가이드라인 초안이 나온 후 공동으로 환경부에 반대의견 공문을 보내고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추진하는 2500㎿ 해상풍력 사업이 표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환경부 규제까지 겹쳐 국내 풍력 사업은 사실상 `올 스톱` 상태가 됐다. 풍력업체들은 물론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 시행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의무적으로 보급해야 하는 공공·민간발전사들도 곤경에 처했다. 풍력발전기 생산능력을 대폭 늘려 놓은 대형 조선업체들은 새로운 수주가 없이 재고가 늘어나고 있고, 판매계약이 성사돼도 `울며 겨자먹기`로 원가 이하에 공급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풍력은 국내 운영을 통해 트랙레코드(실적)를 쌓은 후에야 수출이 가능한 사업”이라며 “수년째 국내 풍력 사업이 막혀 업체들의 손해가 상당해 조만간 사업을 포기하는 대기업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