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적립금의 10분의 1 벤처에 투자한다

대학 창업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대학 적립금 일부를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세부 지침이 수립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7월 개정한 사립학교법 후속 작업으로 대학 적립금의 10분의 1 한도에서 해당 대학 교육기관 소속 교원 또는 학생이 개발한 신기술특허 등에 투자할 수 있게 하는 `대학적립금 벤처기업 투자지침서`를 마련했다.

제도 마련의 배경은 대학 투자를 통해 벤처창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여건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전체 사립대학 적립금의 벤처투자 규모는 2011회계연도 기준 9112억원으로 실제 투자로 이어질 경우 청년창업 활성화와 벤처 선순환 생태계 조성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지침서는 대학이 적립금을 벤처기업에 투자하도록 강제하진 않는다. 다만 대학이 적립금을 활용한 벤처투자에 나설 경우 지침서를 참고해 각 대학 실정에 맞는 적절한 기금운용규정을 작성, 벤처투자에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적립금 투자대상은 △교수 또는 학생 등 발명자가 창업한 벤처기업 △교수 또는 학생이 개발한 신기술 또는 특허를 이전받은 제3자(기업) △기술지주회사 자회사 △신기술 창업전문회사 등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의한 벤처기업으로 한정했다.

투자심의위원회 위원장은 의사결정 책임성과 명확성 제고를 위해 대학 총장 또는 부총장이 맡도록 권고했다.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심의위원 구성, 의사절차, 심사결과 조치 등 투자심사 시에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들을 정하도록 했다. 투자계약서에는 △투자금 사용목적 및 위반 시 제재방안 △투자금 사용처 실사 △제3자에게 자금대여 또는 제3자의 주식을 매입한 경우 인지방안 및 발생 시 처리방안 △경영·재무행위에 대한 인지 및 통제방안 등이 모두 포함돼야 함을 명시했다.

정희권 교과부 산학협력과 과장은 “지난해 법령을 개정했지만 개별 대학이 법령 해석의 모호함 등 해당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지침서 마련은 대학 현장의 이해를 도와 벤처투자를 위한 구체적 절차 마련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 발 빠른 몇몇 대학이 지침서를 바탕으로 벤처투자를 위한 프로세스 마련에 들어갔다”며 “지침서 보급을 계기로 대학의 벤처투자 활성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학 현장은 교과부 지침서 보급에 환영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한 대학 창업보육센터 관계자는 “법령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관련 내용과 절차를 학교에서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며 “교과부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적립금 투자에 대한 절차 마련을 대학에 요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적립금 투자 시행에 대한 강제나 인센티브가 없는 점은 아쉽다”며 “대학이 실제 적립금 벤처투자에 나설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