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가 대선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11일 정치권과 재계가 정반대 논리로 맞섰다.
민주통합당이 경제민주화 이슈 기선잡기에 나서자, 집안 단속을 마무리한 새누리당도 곧 가세할 태세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까지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면서 재계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공정경제 시스템으로 가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이날 재벌 신규 순환출자 즉시 금지 등 강력한 재벌개혁 정책을 통해 `공정경제`를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가진 타운홀미팅에서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 확립 △지속적 동반 성장 △공정한 분배 등을 골자로 한 `문재인의 경제민주화 구상(2)-공정경제론`을 발표했다. 7월 말 내놓은 중소기업부 신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제도 실시, 하도급 규제 등 첫 번째 경제민주화 구상에 이은 후속 정책이다.
문 후보는 공정경제를 “시장경제 강점을 살리면서, 동시에 국민경제 구성원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경제구조”라고 정의했다.
문 후보가 밝힌 공정경제론은 재벌 개혁에 초점이 맞춰졌다. 재벌 신규 순환출자를 즉시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는 3년 유예기간을 두고 자율적으로 해소하도록 할 계획이다. 미 이행 시에는 해당 순환출자분 의결권 제한과 이행강제금 부과 조치가 따른다.
10대 대기업 집단에 대한 출자총액제한제도도 재도입한다. 문어발식 계열기업 확장을 막아 중소기업이 공존하는 기업 생태계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공정거래법과 하도급 위반 행위 전체에 손해액 3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3배 배상제`도 시행한다.
기업 범죄 처벌은 강화한다. 사면을 제한하는 한편 이사 자격요건을 강화해 반복되는 재벌 범법행위를 차단한다.
◇발상지조차 안쓰는 `낡은 이론`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경제연구원이 11일 서울 광화문 S타워에서 개최한 `경제민주화 제대로 알기 연속토론회`에서 “경제민주화의 이념적 고향인 독일에서조차 경제민주화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민 교수는 “경제민주화는 원래 사회민주주의에 뿌리를 두고 경제적 삶에서 노동자에게 공동참여권을 허용해야 한다는 간단한 제도를 지칭하는 말로 쓰였을 뿐”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온갖 의미로 경제민주화를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독일 기업 경쟁력이 높아지고 독일 경제가 주목받는 이유는 자유시장 지향적인 개혁을 펼치기 때문”이라며 우리도 경제민주화가 아닌 경제자유화에서 답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병일 한경연 원장도 “경제민주화 논의가 시작된지 오랜 기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개념과 구현방법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여·야 정치권이 앞 다퉈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과 정책을 내놓고, 각 캠프에서 대선 핵심이슈로 내세우고 있지만 경제민주화는 여전히 가장 모호한 개념으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최 원장은 “이런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하자`는 차원에서 경제민주화의 본질을 꿰뚫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달 초 실시한 조사에서 우리 국민은 현 경제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정부정책으로 `물가안정`(43.2%)과 `일자리 창출`(21.9%)을 꼽았으며, `경제민주화`를 선택한 사람은 6.2%에 불과했다.
김준배·이호준기자 j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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