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무선충전기술 과제수행 위해 민간기업 `기술유출`

민간기업의 원천 기술을 빼돌린 전 회사 직원과 유출된 기술로 개발과제를 수행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하 ETRI) 연구원 등 일당 12명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기지방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대는 11일 무선충전 솔루션 전문 업체인 H사가 보유한 원천 기술로 출연연 기술 과제를 수행해 개발 비용을 받아 챙긴 혐의로 전(前) 기술개발 이사 K씨를 입건했다고 밝혔다. ETRI 선임연구원인 또 다른 K씨 등 12명과 관련 회사 6개 업체를 산업기술 부정취득·사용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익명의 제보를 받아 K씨를 조사한 결과, 사용한 컴퓨터 등에서 기술 유출 흔적을 확인해 수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H사 재직 당시 무선전력전송기술 개발 업무를 총괄한 K씨는 회사 대표가 ETRI의 무선전력전송 기술 공동개발 제의를 거절하자 ETRI 소속 K씨와 공모, 원천 기술을 유출한 혐의를 받았다. 이 기술은 충전패드 코일에

서 발생한 자기장이 전자기기에 내장된 코일에서 유도 전류를 만들어 배터리를 충전하는 자기유도방식 충전 솔루션이다. H사가 9년간 약 197억원을 투자해 개발했다. 이 회사를 포함해 국내외 4개 업체가 원천 기술을 보유했다.

K씨는 전 동료인 J씨가 운영하는 회사 명의로 개발과제를 수행, 특허까지 출원한 혐의도 받았다. K씨는 기술을 제공하는 대가로 2600만원을 챙기고, J씨는 1억2500만원의 국가 예산을 지원받았다. 지난 1월에는 ETRI와 공동 출원한 특허 2건을 10억원에 매각하려던 사실도 밝혀졌다. ETRI 소속 K씨는 이 과정에서 H사의 K씨가 유출된 기술을 부정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J씨 회사에 연구개발을 의뢰, 3건의 국내외 특허 출원과 수천만원의 연구개발비를 받도록 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 현직 H사 연구원 등 9명은 K씨에게 기술 정보를 유출하고 개인 사업과 특허 출원을 위해 부정 취득·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피해 업체 관계자는 “개발 프로젝트 총괄자에게 모든 신기술 정보가 집중돼 발생한 사건”이라며 “사내 보안 절차 및 교육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 IT 산업의 성장으로 원천기술이나 보호 가치가 높은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이 늘었다”며 “기술 유출을 예방하기 위해 중요 개발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퇴직자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