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소프트뱅크, 美 스프린트 인수 추진

최대 1조8000억엔 투입해 지분 70% 매입

일본 3위 이동통신사인 소프트뱅크가 미국 3위 업체인 스프린트 지분을 대거 인수하기 위한 접촉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프린트는 이날 소프트뱅크와 지분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국계 손 마사요시(손정의)가 회장인 소프트뱅크는 협상에 대해 논평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소식통에 의하면 소프트뱅크는 1조엔 이상을 투입해 스프린트 지분 70%가량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소프트뱅크가 모두 1조8000억엔 이상을 투입할 것으로 관측했다. 스프린트 관계자는 그러나 지분 매각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소식통들은 스프린트가 소프트뱅크에 지분을 매각해 확보한 자금 일부를 미국 무선 광대역 서비스 업체인 클리어와이어를 완전히 인수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스프린트는 이미 클리어와이어 지분 48%를 보유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클리어와이어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프트뱅크의 스프린트 인수는 미국과 일본 통신업계의 `몸집 불리기`가 본격화돼온 것과 맥을 같이한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일본 4위 통신업체인 이액세스를 1800억 엔에 인수했다. 미국 4위 통신업체인 T모바일도 자국 내 5위 업체인 메트로PCS를 인수했다. T모바일은 도이치텔레콤 산하 기업이다. 스프린트는 앞서 메트로PCS 인수를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은 소프트뱅크와 스프린트가 모두 애플 아이폰을 취급하고 있으며 새로운 고속통신 규격인 LTE(롱텀 에볼루션) 대응을 서두르는 등 서로 전략이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프트뱅크는 일본 이동통신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 내수에 한계를 느껴 미국 진출이 필수적인 것으로 지적됐다.

두 회사가 합치면 가입자가 9천만 명에 이르는 세계적인 통신회사가 된다. 소프트뱅크의 스프린트 인수가 실현되면 지금까지 일본 기업이 미국 기업을 인수한 최대 규모가 된다. 소식통들은 미국 당국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큰 장애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톰슨 로이터 분석에 의하면 일본 기업의 국외 인수합병(M&A)은 지난해 642건에 695억 달러로 전년보다 81% 증가했다. 엔고도 국외 M&A 급증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됐다.

스프린트 주식은 11일 뉴욕시장에서 M&A 협상이 전해지면서 19% 치솟았다가 반락해 전날보다 14.3% 상승한 주당 5.76달러에 거래를 끝냈다. 클리어와이어는 약 71% 치솟아 2.22달러에 마감됐다.

반면 소프트뱅크 주가는 급락했다. 이날 오전 9시30분 현재 소프트뱅크는 전날보다 17% 가까이 떨어지며 2001년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