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인식 시장이 커지면서 규모 있는 기업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발 빠르게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중소기업의 장점을 살린다면 기회는 충분합니다. 덩치 큰 공룡이 과거 지구에서 멸망한 것처럼 회사 규모가 경쟁우위를 결정짓는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지문인식 솔루션 강소기업 슈프리마의 이재원 사장은 최근 생체인식 시장 상황을 이렇게 정리했다. 정보보안을 보는 사회 인식이 높아지면서 생체인식 시장은 매년 급성장하고 있지만 업체 간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인수합병(M&A)이 활발해져 덩치 큰 몇몇 업체 중심으로 시장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애플이 지난 7월 지문 인식 솔루션기업 어센텍을 인수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슈프리마는 해외 경쟁사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매년 20~30% 수준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빠른 시장 대응으로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은 셈이다. 연구개발에 꾸준한 투자를 진행하고,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을 적극 개척한 것도 주효했다.
100여명에 달하는 전체 사원 중 절반 이상이 연구개발 인력이다. 연구개발 인력 중 박사급만 해도 24%에 달한다. 사업 구조는 경쟁사조차 부러워할 정도로 안정적이다. 단말기 등 완제품 부문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모듈과 공공 서비스 사업이 25%씩 차지하고 있다.
“슈프리마는 극한 혹은 무한대를 뜻하는 수학용어 슈프리멈의 복수 형태입니다. 끈임없이 성장하고 발전하겠다는 포부를 담아 만든 이름이죠. 우리는 사업 초창기부터 중견,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준비를 해왔습니다.”
슈프리마는 지문인식 시장에서 꾸준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얼굴인식 등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데 소홀하지 않는다. 혁신은 힘이 있을 때 해야 한다는 이재원 사장의 경영철학 때문이다.
“대부분 기업이 위기에 몰린 다음에 혁신을 추구합니다. 그러나 혁신은 기업이 어려울 때보다 체력이 있을 때 더 성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슈프리마가 지문인식 시장에 안주하는 순간 위기는 소리 없이 찾아올 겁니다.”
슈프리마의 경쟁력은 신속한 시장 대응이지만 판단 과정은 아주 신중하게 결정된다. 슈프리마가 업계에 회의가 잦은 기업으로 알려진 이유다.
난상토론을 거친 후 결정된 사항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전 직원이 금연운동에 동참하고 있으며, 일 년에 한 번씩 진행되는 등산 행사는 100% 참석해야 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솔직히 우리 회사 초기 이직률은 높은 편입니다. 그러나 3~4년차 이상 직원이 그만 두는 예는 거의 없어요. 호불호가 분명한 조직문화라고 할 수 있죠. 이런 정체성을 바탕으로 슈프리마가 좋은 회사를 넘어 위대한 회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