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등에 도전한다] <하>철도기술연 `저심도 도시철도 시스템`

무지막지한 지하철 건설비와 볼썽사나운 도시미관, 시끄러운 소음 때문에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원장 홍순만)이 저심도 도시철도시스템을 개발하게 된 계기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저심도경전철연구단 연구원들이 모형 시험을 보며 문제점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저심도경전철연구단 연구원들이 모형 시험을 보며 문제점을 검토하고 있다.

홍순만 원장은 이 같은 민원에 대응해야 겠다는 판단이 서자 즉각 각계 전문가를 모아 아이디어 회의부터 진행했다. 그렇게 탄생한 기술이 지하 5~7m에 도시철로를 놓는 신개념 저심도 도시철도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지하 경전철 건설비용을 30~40% 절감할 수 있다.

◇아이디어 회의 거듭

홍 원장은 지상고가 비용만으로 지하 경전철을 건설할 방안을 찾으라고 강력이 주문했다.

지하철은 건설비용이 ㎞당 533억원이나 들고 공사기간도 긴 단점이 있다. 반면에 건설비가 저렴한 지상고가 방식은 도시미관을 해치고, 열차 소음으로 건설시작부터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를 위해 홍 원장은 토목(사공명·이안호 박사), 차량(이호용 박사), 신호(류상환· 조봉관 박사), 통신(안태기 박사), 궤도(이일화 박사), 전력(이병송·이형우·김주락 박사), 역사설비(장용준 박사), 교통(이준 박사) 8개 분야 전문가 13명으로 TF를 꾸렸다. 팀장도 홍 원장이 직접 맡았다.

홍 원장은 “`왜 일반 지하철은 15~25m로 건설돼야만 하는가`부터 고민을 시작했다”며 “전문가 세미나를 통해 해석 및 검증 과정을 거치면서 프로젝트가 완성됐다”고 말했다.

◇산적한 문제 차근차근 풀어

저심도 공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도로와 병행해 운행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 15m 곡선반경으로 운행해야 한다. 또 터널 단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차량 시스템을 슬림화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는 이런 설계 기술이 아예 없었다.

버스나 트램, 바이모탈 등 건설비가 저렴한 교통수단을 도입하지 않고 저심도 철도를 도입하려는 이유와 당위성도 각계에 설명해야 했다.

설득이 쉽지는 않았으나 이내 전문가들이 공감하기 시작했다. 광주시 지하철 2호선(41.7㎞)에 저심도 철도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지하 건설 때보다 비용을 무려 1조원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자 광주시가 더 적극적으로 나왔다.

◇도시철도도 맞춤형 시대

저심도 도시철도 기술이 관심을 끌게 된 배경에는 보이지 않는 기술 개발 노력이 숨어있다.

연구진들은 가설공법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굴착면적을 최소화하고 강성이 큰 버팀목 사용 등으로 비용을 크게 줄였다. 막힐 때는 모여 머리를 맞대고 날을 새웠다.

이렇게 탄생한 저심도 도시철도 시스템은 지하 환승거리가 5m밖에 안 된다. 기존 지하철에서 지하 2~3층까지 내려가서 타던 열차를, 지하 5~7m의 지하 1층 승강장에서 바로 탑승할 수 있다. 운영방식도 신개념 무인 역사 시스템을 취했다. 또 소음을 줄이고, 시공기간도 기존 지하철 대비 2~3년 단축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이 기술은 광주를 시작으로 김포, 대전 등 현재 경전철 사업을 계획 중인 지자체와 맞춤형 도시철도를 검토 중이다. LH공사, 포스코건설, 현대건설 등 국내 건설업체들도 기술지원을 요청 중이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