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세 후보 첫만남… "왜 하필 마라톤축제에서?"

어깨동무하고 사진촬영..세 후보 모두 정치발언 자제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13일 마라톤축제에 나란히 참석해 `과학기술인 표심잡기`에 힘을 쏟았다.

세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후 한 자리에서 만난 것은 처음이다.

이날 세 후보의 만남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의 이른바 `노무현-김정일 비공개 대화록`을 놓고 전날 박 후보와 문 후보가 직접 충돌한 데다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야권 후보 단일화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터라 관심이 집중됐으나 세 후보 모두 정치적 발언을 자제했다.

세 후보는 이날 오전 상암월드컵공원 평화의광장에서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과학기술나눔마라톤축제` 행사에 참석, 25분간 나란히 앉아서 차례로 축사를 했다.

검은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박 후보는 오전 9시30분께 무대 앞에 가장 먼저 도착해 자리에 앉았으며 뒤이어 주황색 마라톤행사 티셔츠를 입고 도착한 안 후보, 문 후보와 차례로 악수를 했다. 문 후보와 안 후보도 서로 반갑게 웃으며 인사했다.

세 후보가 맨 앞줄에 나란히 앉았으나 대화 없이 다소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지자 사회자가 "제 특권입니다. 세분 어깨동무해주세요"라고 요청했고, 세 후보는 잠시 머뭇거리다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를 걸고 웃으며 사진기자를 향해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세 후보는 축사를 통해 자신이 과학기술 분야를 발전시킬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박 후보는 자신이 전자공학을 전공한 이공계 출신이라는 점을 거론한 뒤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느냐 뒤로 처지느냐는 과학기술인 여러분에 달려 있다"며 "연구개발과 투자를 적극 지원, 확대하도록 앞으로 과학기술을 국정운영에 중심에 두겠다"고 약속했다.

문 후보는 현 정부의 `과학 홀대`를 지적, "참여정부 시절 과학기술부를 부총리급으로 격상하고 의욕적으로 노력했지만 정권 재창출 실패로 맥을 잇지 못하고 과기부가 아예 없어졌다"면서 "과기부 부활, 과학기술인 정년연장, 정규직 정원 확충, 과학기술 예산 확대 등의 공약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자신이 의대 출신에다 IT업계에서도 창업한 사실을 상기시킨 뒤 "실험실 과학자 여러분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 잘 안다. 아마 올해 처음으로 햇빛 보는 분도 계실 것"이라며 "여러분이 마라톤 하는 동안 저는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힘차게 과학기술인 여러분과 뛰어가겠다"고 말했다.

상대 후보가 축사할 때 나머지 두 후보는 경청하면서 몇 차례 박수를 쳤고 서로 만나고 헤어질 때 "안녕하세요", "오늘 뛰세요?" 등 의례적인 인사와 짧은 대화를 나눴지만 앉아있는 동안 눈을 마주치거나 대화하지는 않았다.

세 후보 사이에 정치 현안이나 심도 있는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축사 후 세 후보는 각각 흩어져 출발선으로 이동했으며 문 후보는 출발 버튼을 누르고 행사장을 떠났고 안 후보와 박 후보는 5∼10분가량 시민과 마라톤 코스를 뛰기도 했다.

세 후보는 이어 국회 운동장에서 열린 `사진기자 가족 체육대회`에 참석해 각 언론사 부스를 돌며 인사를 건넸다.

박 후보와 문 후보는 오전 10시30분께 동시에 도착해 30분가량 머물렀으나 서로 거리를 두고 인사를 돌았으며, 안 후보는 두 후보가 떠났거나 떠날 즈음인 오전 11시10분께 도착해 서로 마주치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