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정보통신기술(ICT) 정책 공약을 놓고 장고를 거듭했다. ICT를 적극 활용해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방향은 갖췄지만 구체적 실행 방안 도출이 쉽지 않다. ICT 활성화 방안이 거버넌스 재편과도 맞물리면서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대선공약을 총괄하는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산하 추진단을 통해 ICT 정책을 수립 중이다. `힘찬 경제` `행복한 일자리` 추진단이 ICT를 활용한 경제 발전 전략을, `방송통신` `창의 산업` 추진단이 ICT와 과학기술 정책을 만들고 있다.
이들은 이에 앞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밝힌 ICT·과학기술 구상을 현실화하는 정책을 만든다. 박 후보는 지난 8월 이후 대선 후보 수락 연설 등을 통해 “정보통신·과학기술을 산업 전반에 적용해 창업이 숲을 이루고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문화와 소프트웨어 산업 같은 일자리 창출형 미래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칭하는 `스마트 뉴딜`이라는 키워드도 제시한 상태다.
하지만 실행안 수립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국민행복추진위 소속 인사는 “우리나라 ICT산업 취약점으로 꼽혔던 소프트웨어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이를 실제로 구현하는 방법, 나아가 경제발전이나 일자리 창출로 연계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거버넌스 개편에 관해서도 고민이 많다. ICT 활성화를 위한 전담부처 설립과 과학기술부 부활 요구가 거세지만 이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전체 정부 조직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과 ICT만 떼어놓고 보면 문제가 없지만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조직을 바꾸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내부 반론이 적지 않다.
이로 인해 일찌감치 정보통신미디어부, 중소기업부, 과학기술부 신설 정책을 밝힌 민주당과 달리 새누리당은 과학기술부 신설만 언급해 놓은 채 아직 구체적인 ICT 거버넌스 공약을 발표하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스마트 뉴딜이라는 정책 키워드 자체도 재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CT가 양질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지만 정보화로 인해 기존 전통산업 일자리를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따라 스마트 뉴딜 대신 창조경제를 전면에 내세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전문가는 “새누리당이 처음에는 과학기술·ICT를 앞세워 일자리와 복지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호언했으나 내부 이견으로 토목·건설에 기댄 MB정부와 차별화를 못한 채 `도로 한나라당`이 되는 것 아니냐”며 “지금이라도 ICT·과학기술에 대한 정책적 지향점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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