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매트 전자파가 뭐길래…티타늄까지?

직장인 오모 씨(33세)는 이번 추석에 부모님께 전기장판을 선물했다. 따뜻한 잠자리를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의도와 달리 오 씨는 전화 한 통에 부리나케 부모님 집으로 달려가야 했다.

집에 도착한 오 씨는 깜짝 놀랐다. 부모님이 전기장판에서 자다가 2도 화상을 입은 것. 잠을 자던 중 온도조절기가 폭발하면서 감전이 발생하고 손에 화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전기매트가 까맣게 탄 흔적을 보니 한편으론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오 씨의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다. 전기매트로 인한 소비자 고발 사례를 보면 40℃ 온도로 옥돌매트를 켜놓고 아기와 함께 6시간 가량 잠을 잤는데 생후 2개월 지난 갓난아기가 등과 엉덩이 살갗이 온통 벗겨지는 등 온몸에 2도 화상을 입은 채 사망한 사고가 보고되기도 했다.

▲ 전기장판 화재사고는 콘센트를 뽑아도 발생했다는 소비자고발 사례가 있다.
▲ 전기장판 화재사고는 콘센트를 뽑아도 발생했다는 소비자고발 사례가 있다.

◇ 매트에서 자다 `2도 화상` 날벼락= 전기매트 사고는 꽤 빈번하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2009∼2011년 10월까지 접수된 전기장판 내용을 분석한 결과 화재로 인한 제품이나 이불, 매트리스 등 침구류 재산 피해가 438건(70.9%), 사용중 화상 103건(16.7%), 온도조절기 등 관련 터짐(폭발) 15건(2.4%), 감전 11건(1.8%) 순으로 나타났다.

전기장판 화재로 인해 재산 피해가 발생한 사례도 많다. 아예 주택이 전소된 적도 있다. 제품과 주택 일부인 방이나 거실 등이 타서 손상된 것도 17건(9.8%), 주택이 전소된 사례도 7건(4.1%)에 이른다.

하지만 막상 시중에서 제품을 고를 땐 주의할 점이 많다. 유명 전기매트 상표를 도용한 짝퉁 장판도 시중에 다수 유통되고 있다. 문제는 짝퉁 여부가 아니라 안전성이다. 실제로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전기장판을 포함한 가정용 온열전기제품 117개에 대해 안전성 조사를 실시한 결과 18개 제품에서 중대한 결함을 발견, 리콜 권고를 내리기도 했다.

전기매트 전자파가 뭐길래…티타늄까지?

◇ 전기매트의 또 다른 고민 `건강한 잠`= 안전성만 해결해야 하는 건 아니다. 전기매트의 또 다른 고민은 `건강한 잠`. 지난 9월초 서울 코엑스에서는 2012국제수면박람회(GOOD SLEEP 2012)가 열렸다. 수면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박람회로 앞으로 얼마나 건강하게 잠을 잘 수 있느냐가 중요한 화두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사람은 밤이 되면 자고 아침이 되면 일어나는 삶을 매일 반복한다. 체내시계(體內時計)라는 생체리듬을 갖고 있기 때문. 이런 신체활동 메커니즘은 과학적이어서 외부 환경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밤새 인공적으로 신체에 열을 주는 온돌매트나 전기장판은 깊은 잠을 주지 못하고 되려 몸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사람은 심부의 체온을 내리지 않으면 깊은 잠에 들 수 없다. 전자파를 다량으로 내뿜는 전기매트에서 잠을 자면 아침에 일어나서 몸이 `찌뿌듯하다`고 느낀다. 잠을 잤지만 피로가 풀리지 않은 것이다.

잠을 자는 동안 전기매트로 몸을 인위적으로 가열하면 내장기관 온도가 내려가기 어렵다. 보통 이불 속 온도로 체온조절을 하는데 전기매트를 더하면 불필요하게 땀을 흘리면서 에너지를 소모해 신체가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없게 되는 것. 이럴 때에는 자연 소재 침구류를 쓰면서 스스로 자신의 체온으로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게 좋은 방법이다.

◇ `열선이 사라졌다?` 전자파 없는 발열매트= "천에서 열이 난다." 최근 황토와 티타늄 합금 소재로 면상 발열체를 만든 업체가 있어 눈길을 끈다. 전통 옥돌의 발열 원리를 담아 티타늄 합금 열선을 개발한 은하생활과학 최문근 개발이사가 그 주인공.

최 이사가 티타늄에 주목한 건 티타늄 자체의 성질 때문이다. "티타늄은 특수강 가운데 하나인데요. 높은 인장 강도와 굳기를 갖췄지만 무게는 가볍고 뛰어난 내부식력이나 고온에 견디는 능력을 겸비했어요."

티타늄은 이런 이유로 주로 군대나 항공기, 우주선이나 의학, 스포츠 같은 분야의 장비에 쓰여왔다. 하지만 최 이사는 티타늄 소재를 특이하게 발열 매트에 응용해 `작품`을 만들어냈다.

"티타늄은 크게 3가지 형태가 있는데 가장 강력한 합금은 13% 바나듐, 11% 크롬, 3% 알루미늄 합금인데 이걸 상 합금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만든 티타늄 발열매트는 이걸로 만들었죠."

▲ 면상발열체는 말 그대로 면상(일반 섬유)에서 발열해 친환경적이다.
▲ 면상발열체는 말 그대로 면상(일반 섬유)에서 발열해 친환경적이다.

티타늄을 택한 또 다른 이유는 전자파다.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인체에는 기본적으로 전기가 통하고 있습니다. 인체의 미약한 전기신호 체계가 강한 전기장에 유도되면 비정상적인 전기가 흐르는데 사람 체질에 따라서는 각종 질병을 일으키기도 하죠."

티타늄 매트는 기존 매트가 흔히 취하는 열선 방식 대신 티타늄 합금과 폴리에스테르 섬유 직물 공법을 이용한다. 1cm 간격으로 촘촘하게 발열체를 채운 것이다. 일정 간격을 둔 직물 덕에 전자기장이나 전자파를 원천 방지한다는 설명이다. "발열체 스스로 따뜻하고 온돌처럼 훈훈한 느낌을 주는 게 장점이죠." 최 이사는 `전자파 없는 매트`를 목표로 10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지만 결국 제품명처럼 포근한 `엄마 품에`를 내놨다며 웃음 지었다.

최 이사가 제품 원단을 꺼내들었다. "티타늄 합금 발열매트에 황토를 더했어요. 탄소섬유가 공기에 노출돼서 산화되는 걸 막아준 거죠. 원적외선이 방출되는 효과를 더 높이려는 목적도 있었고요. 황토방 같은 곳에서 아토피나 피부가 안 좋은 사람, 손발이 차가운 분이 건강 개선 효과를 보는 것과 비슷합니다."

원적외선은 적외선 가운데 파장이 가장 길다. 파장이 짧으면 반사되지만 파장이 길면 잘 흡수되는 성질이 있어 침투력이 강하다. 다른 열과 달리 진피 속을 투과한다. 생체 내로 침투해 자기 발열을 일으키는 만큼 온열 효과를 가져온다. 최 이사는 "원적외선은 세포 조직을 활성화해줘서 몸의 피로를 풀어주고 신진대사를 촉진, 질병 예방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효과도 있어요. 노폐물이나 유해금속 등을 배출하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

◇ 손빨래도 가능하다? 발열 매트는 진화중= "손빨래도 가능합니다." 세탁도 가능해졌다. 최 이사는 "티타늄 합금은 유연성이 좋아서 구겨지거나 접어도 내구성이 좋고 특수 방수 코팅 덕에 세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엄마품에 발열매트는 초극세사 원단을 써서 물을 충분히 흡수한다는 설명. "깨끗하게 세탁도 되고 빨리 마릅니다."

은하생활과학은 올해 1차 매출 목표를 50억 원으로 잡았다. 이미 출시 전부터 홍콩과 중국, 일본 등 해외 바이어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최 이사는 "기존 탄소섬유 관련 업체 관계자를 통해 티타늄 발열체를 소개했는데 앞으로 시장 개척에 상당히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며 밝게 웃었다. "이미 국내에선 특판 납품을 시작한 상태입니다. 기존 매트의 약점을 극복한 기술을 담은 만큼 잘 알리기만 하면 희망적입니다.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제품 판매와 홍보에 매진할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