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미래다]클레어분스트라 레이아 대표 "네델란드, 나라가 작은 게 강점"

전자신문 지면 위에 스마트폰을 대고 `레이아(layar) 크리에이터`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시킨다. 화면에 기사를 고정한 뒤 유튜브에 올려놓은 동영상을 연동한다. 다른 스마트폰에서 같은 앱을 실행해 지면을 비추자 동영상 플레이 버튼이 뜬다. 여러 사람이 같은 화면을 보면서 그림을 그리거나 동영상을 얹으면 모든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다. 이 앱은 해외 판매용 삼성전자 `갤럭시S2` 스마트폰에 기본 앱으로 탑재됐다.

네덜란드는 남한보다 면적·인구가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작은 나라다. 하지만 이곳에서 시작한 스타트업 회사 레이아는 세계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다. 회사가 개발한 증강현실 앱 `레이아`는 매 월 2000만개씩 다운로드 된다. 네덜란드 인구가 1600만명 가량이라는 것에 비춰 보면 놀라운 수치다.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이용자 숫자만 매월 200만~300만명이다. 성공에 대해 클레어 분스트라 대표는 “작은 나라이기에 네덜란드는 사업하기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의문이 생겼다. 인구 5000만 명인 한국도 내수 시장이 작아서 기업이 성장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은데 오히려 이를 강점이라고 소개하니 말이다. 이유를 들어보면 수긍이 간다. 네덜란드만 바라봐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나라밖을 바라보는 국제적인 관점이 생기기 때문이라는 것. 또 전통산업 외에 신산업을 적극적으로 찾는다는 것도 강점이다.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빨리 초고속인터넷을 보급했다. 분스트라 대표는 “인터넷 망이 잘 깔리니까 스마트폰도 당연히 빨리, 많은 사람에게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언어 장벽이 없다는 것도 나라의 자산이다. 실제로 암스테르담 시내에서 영어를 못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이 덕분에 레이아는 일찌감치 세계에서 인정받는 회사로 거듭날 수 있었다. 막상 네덜란드에서 레이아를 사용하는 사람은 전체 스마트폰 사용자의 6%밖에 되지 않는다.

회사가 만든 앱은 물건을 비췄을 때 화면에 데이터나 그림, 동영상이 떠오르는 증강현실 서비스다. 예를 들면 집을 구하는 사람이 어떤 지역에서 이 앱을 켜면 화면에 내놓은 집과 내부, 가격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앱에 쓰인 기술은 위성항법장치(GPS)와 이미지 인식 기술이다. 레이아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공개해 증강현실을 이용한 다양한 앱이 만들어질 수 있게 했다. 2010년 개발을 시작해 지난해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무료로 사용하고 언론사나 출판사 등 제휴사로부터 수익을 얻는다. 데이터 통계 보고서도 판매한다.

홈페이지, 블로그, 앱 등 레이아의 모든 소통 창구에서 공식 언어는 영어다. 분스트라 대표는 “네덜란드는 좋은 테스트 시장이라 이곳에서 시작했다”고 했지만 시장을 국내에만 국한시키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좋은 기술을 개발하고, 전 세계에서 `먹힐 만한` 아이템을 갖고 있는 이 회사는 투자도 충분하게 받았다. 2010년 2월 250만유로(약 36억원)를 조달한 뒤 같은 해 11월에는 10만유로(약 144억원)를 추가 투자 받았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