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는 기업이 50%를 넘어섰다. 특히 스타트업 기업은 클라우드 도입을 필수사항으로 인지하고 있다.
일본도 지난해 대지진을 겪으면서 클라우드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위험을 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본격적으로 회자된지 5년이 지났는데도 시장에 큰 변화가 없다. 기업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새로운 IT 패러다임이라면 너도나도 앞장서서 받아들이던 기존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퍼블릭 클라우드, 신뢰도·문화적 요인이 걸림돌
우리나라는 구조적·문화적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구조다.
퍼블릭과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나눠보면 우리나라 기업은 퍼블릭 클라우드의 보안과 안정성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가운데 심각한 수준의 보안 사고가 터진 적이 없는데도 서비스 안정성에 의심을 품고 있다.
클라우드 시스템에 장애가 생기면 보상을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클라우드 시스템에 장애가 생겼을 때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이 이에 대해 손해액을 배상해주지는 않는다. 이것은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많은 기업의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장애 보상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퍼블릭 클라우드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보상이나 안정성 문제보다 문화적 이유가 사실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기업의 중요한 데이터를 남에게 맡긴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는 선택이다. 최고경영책임자(CEO)들은 아무리 돈이 들어도 `내 기업의 데이터는 내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가 국내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데이터센터가 해외에 있기 때문이다.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도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에서 운영되는 서비스는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 특히 국내 금융기관은 데이터센터가 해외에 있을 수 없다는 법적 규정으로 해외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은 요원하다.
이 외에도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이 더딘 근본적 배경도 있다. 미국은 2008년 경제 불황을 심하게 겪었다. 모든 기업은 비용을 줄여야만 했고 그 1순위가 바로 IT였다. CIO는 CEO로부터 평균 20% 이상 비용 절감을 요구 받았다. 결국 퍼블릭 클라우드가 거의 유일한 대안이었다. 이때부터 미국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들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2008년 불황이 상대적으로 그리 심각하지 않았다. CIO는 CEO로부터 IT 비용 절감을 요구 받지 않았다. 당시 국내 은행과 제조기업은 수백, 수천억원에 달하는 차세대 프로젝트를 모두 계획대로 추진했다. CIO는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퍼블릭 클라우드를 검토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프라이빗 클라우드 전환의 한계
우리나라 퍼블릭 클라우드가 보안과 안정성 등에 문제점이 있다면 프라이빗 클라우드 선택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근원적 한계점이 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데이터센터에 설치된 서버 대부분이 유닉스 장비로 구성돼 있다. 게다가 다양한 업체의 유닉스 서버가 섞여있다. 현재로서는 서로 다른 유닉스 서버를 클라우드화 할 수 있는 기술이 없다.
여기에 많은 차세대 시스템이 성능 등의 문제 탓에 C 언어로 개발됐다. C는 서버가 바뀌면 포팅이 쉽지 않다. 따라서 프라이빗 클라우드로 가려면 기존 유닉스 서버를 x86서버로 교체해야 하고 기존 C로 개발된 애플리케이션들을 리눅스 기반으로 마이그레이션해야 한다. 그래야 클라우드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복잡해진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대기업 산하 IT서비스 기업이 대기업 정보화 전략을 주도했다. 대기업 IT서비스 기업은 계열사 고객에게 클라우드를 강력히 소개할 이유가 없다.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기술은 결국 자사 매출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대기업, 즉 고객이 클라우드를 요구하지 않는 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필요가 없는 입장인 것이다.
◇클라우드 특성 이해가 선결과제
이러한 퍼블릭·프라이빗 클라우드 도입 지연에는 비용 절감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우리나라 기업의 특수성과 자사 데이타를 다른 곳에서 운영할 수 없다는 문화적 장벽이 크게 작용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클라우드 컴퓨팅이 선진국보다 5년 이상 뒤쳐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처럼 `클라우드 무풍지대`로 가게 되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클라우드 컴퓨팅이 가진 매우 독특한 성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클라우드는 독점성을 내재하고 있다. 클라우드를 한 번 적용하면 빠져 나오기 힘들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데이터베이스(DB)를 한 번 사용하게 되면 유지보수 비용이 높아지더라도 그 DB를 쉽게 버리지 못한다. 그만큼 DB는 독점성이 강해서 다른 제품으로 마이그레이션 하기 힘들다.
클라우드는 DB보다 훨씬 더 독점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번 선택하면 다른 클라우드로 바꾸기 매우 힘들다. 향후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독식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이유다.
또 다른 속성은 IT시장의 재편이다. 현재 클라우드 시장의 성장은 하드웨어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네트워크, 서버 등은 앞으로 빌려 쓰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구매가 줄어들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운영, 유지보수, DB 등 IT를 운영하는 요소기술의 모든 수요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업체 중심으로 에코시스템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한다.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는 단순히 IT 인프라를 제공해주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 필요한 모든 IT 서비스를 자사를 중심으로 형성된 수많은 협력업체에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판매·유지 보수해주는 원스톱 서비스를 지향한다.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는 엄청난 규모로 성장하고 있고 향후 이들에게 종속적으로 IT 운영을 맡긴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현재 글로벌 IT업체가 자사 제품의 유지보수 금액을 올려도 아무런 항의없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것처럼 앞으로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가 매년 서비스 비용을 올린다고 하면 이를 막아낼 방법이 없다.
◇전자정부 프레임워크를 클라우드 표준 플랫폼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은 분명 `IT강국` 우리나라에 큰 도전이다. IT 인프라를 근간으로 발전해온 우리 산업의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클라우드는 민간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과 견줄 만한 규모가 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 정부에서 국가적 사업으로 육성해 나가야 하는 이유다.
업계 전문가들은 전자정부 표준 프레임워크를 클라우드 표준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우리나라 전자정부는 세계 1위다. 이 전자정부의 골격을 이루고 있는 것이 바로 `전자정부 표준 프레임워크`다. 이 프레임워크는 40여개의 공개SW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정부 주도로 2007년부터 5년에 걸쳐 개발됐으며 현재 227개 정부, 공공기관과 일반 기업체에서 사용하고 있다. 전체 구축 비용은 1조원 정도다.
현재 전자정부 표준 프레임워크는 해외 정부, 공공기관에 활발히 수출되고 있다.
이러한 표준 프레임워크에는 많은 중소기업이 참여해 작은 에코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전자정부 표준 프레임워크를 확대·발전시켜서 공공과 민간기업을 통합한 표준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와 견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