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6000명 기업, 재무팀 사원 A씨는 각종 데이터를 간편하게 정리하고 싶다. 하지만 마땅한 솔루션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그러다 우연히 `벨라다티(Bella Dati)` 서비스를 알게 됐다. 인터넷에서 바로 회원 가입을 하고 결제 후 로그인했다. 각종 수식 데이터 파일을 연동했다. 파일 연동은 클릭 한 두 번이면 끝난다. 그래프와 지도가 금방 그려졌다. 스마트패드에서도 애플리케이션(앱)만 다운로드 해서 같은 화면을 볼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함수를 사용해 데이터를 관리하고 직원 또는 부서원과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도 개방해 각 회사 인트라넷과 연동할 수도 있다. A씨는 시스템을 전사적으로 도입하고 싶어 벨라다티 서비스를 검색했다. 홈페이지가 한글로 돼 있어서 한국 회사인 줄 알았는데 트리기만이라는 체코에 본사를 둔 회사다. 심지어 미국이나 아시아에는 지사도 없다. 연락처는 국가번호 `42(체코)`로 시작한다. 하지만 이용 가격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자세하게 소개돼 쓰는데 별 무리가 없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함께 지원해 별도 서버나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사용하지 않는 회사나 개인도 데이터를 계속 저장해 쓸 수 있다. 트리기만은 2006년 설립된 소프트웨어 회사. 20명 직원 중 7명이 2011년부터 벨라다티를 개발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서비스는 유럽에서는 이미 널리 쓰이고 있다. 독일·영국·스위스 소재 보험회사, 은행, 제조사 등과 공급 계약을 맺고 솔루션을 납품했다. 프라하시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포털사이트도 벨라다티 프로그램을 이용해 제작하고 있다.
마틴 트리기나 대표는 “미국에서 영업을 시작했고 11월 싱가포르에도 진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사 설립은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했지만 서비스는 이미 국경을 넘은지 오래다. 이번 달 1일부터 미국 산타클라라에서는 투자사 IDG가 주최한 신기술 트렌드 데모 행사가 있었다. 트리기만은 행사에서 25개 발표사에 뽑혀 미국에 이름을 알렸다. 그는 “세계에서 트래픽이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벨라다티가 체코를 넘어 확산된 이유는 역시 유럽에 있기 때문이다. 동·서 유럽을 잇는 길목에 위치한 프라하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뻗어나가기 쉽다. 헝가리·러시아·슬로바키아 등지에 회사 고객이 많다. 내수 시장이 작아 일찌감치 영어로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것도 회사 강점이다. 트리기나 대표는 “체코에서는 정부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다양하지 않고 초기 자금을 구할 곳이 마땅치 않아 개인적으로 자본금을 조달했다”며 “최근 인큐베이팅 회사 `스타트업야드` 등이 생겨나 분위기가 좋아지긴 했지만 정부 지원을 바라기 보다는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