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미래다]2부. 글로벌 창업현장을 가다 <7>네덜란드·체코

세계 부(富)가 집중됐던 유럽 경제가 흔들린다. 올해 국제통화기금 발표에 따르면 각 국가의 환율과 물가를 고려한 국내총생산(GDP) 순위(PPP)에서 10위 안에 든 유럽 국가는 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 네 곳밖에 없다. 하지만 여전히 유럽은 기회의 땅이다.

대표 강소국가 네덜란드에서 스타트업 회사 `레이아`를 찾았다. 암스테르담 중심가에 있는 회사는 다른 정보기술(IT) 업체처럼 자유분방한 분위기였다. 주요 개발자가 이곳 외에 중국과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게 재미있었다. 클레어 분스트라 대표는 “한 번도 만난 적도 없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게 됐고 실시간으로 업무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방 이후 경제 살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동유럽 국가 중 하나인 체코도 찾았다. 소프트웨어 개발사 트리기만은 `벨라다티(Bella Dati)`라는 서비스로 전 세계 진출을 꿈꾼다.

두 국가는 모두 유럽에 위치해 있다. 인구도 2000만명을 넘지 않아 내수 시장도 작다. 이 때문에 일찌감치 유럽 전역,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창업을 하는 게 당연한 일이 됐다. 역사를 보면 다양한 문화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춰왔다. 네덜란드는 제국주의 시대 바다로 뻗어나가 대륙 넘어 아시아, 아프리카에 진출한 경험이 있다. 체코는 유럽 중심부에 자리잡아 신성로마제국,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 독일의 지배를 잇달아 받았다. 다양한 인종과 문물이 오갔다.

◇네덜란드, 대학·스마트워크 센터 중심 창업

네덜란드는 중앙정부 보다는 지방정부와 대학, 민간 차원의 창업 지원이 주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과 같이 자금 지원을 하기 보다는 저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주선하거나 창업 교육을 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중소기업협회 `MKB`나 델프트·아인트호벤·유흐레흐트 공과대학, 각 주·시에서 창업 교육을 주도하고 있다.

중앙 정부에서는 직접 지원보다는 전체 산업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데 주력한다. 스마트워크센터가 대표적이다. 네덜란드에서는 전국에 협업센터, 즉 스마트워크센터(SWC)가 산재해있다는 점이다. SWC 네트워크가 구축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2008년 SWC 계획을 처음 내놨다. 암스테르담에서 약 30분 거리에 있는 알미어에 센터가 만들어진 이유는 암스테르담 주변 교통체증을 줄이고 주변지역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었다. 이후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스마트워크가 확산됐고 기업들도 이를 차차 받아들였다. 스마트워크 예약·등록 사이트 `더블유워크(w-work)`에는 120개가량의 스마트워크센터가 등록돼 있다. 각 센터의 특징 등을 알고 사용할 수 있어서 협업 공간을 찾는 창업자들도 자주 이용한다.

각 지역마다 SWC가 구축돼 있지만 국토 면적이 작기 때문에 오고 가기 편리하다. 클레르 분스트라 레이아 대표는 “필요하면 전국 어디에나 방문해서 논의할 수 있다”며 “오가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업무에 대한 집중도도 높다”고 말했다. 또 “서쪽에는 미국이 있고 동쪽에는 한국·중국·인도가 있다”며 “실리콘밸리로 가라고 조언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 곳만 시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충분히 세계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창업 문화 싹트는 `체코`

창업 생태계가 조성되기까지 체코는 갈 길이 멀다. 정부 지원으로 받을 수 있는 자금은 체코-모라비안보증개발은행(CMZR)을 통한 융자밖에 없다. 이마저도 스타트업에만 집중돼 있어 창업 후 회사가 성장해 나가는 데 한계가 있다. 독일 등 다른 유럽지역 펀드나 인큐베이터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도 2011년에 만들어졌다. 그것도 프라하에 있는 `스타트업야드` `스타큐브` 정도가 전부다. 그렇지만 모바일 시대를 맞아 창업하는 회사가 나타나고 있다. 스타트업야드에서만 지금까지 16개 회사가 배출됐다. 해외에서 창업 현장을 경험하고 자국으로 돌아와 창업을 육성하는 사례도 있다. 크리스티나 문틴이 대표적이다. 체코무역진흥공사 주재원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하다가 그만두고 스타트업야드에 합류했다. “모바일 시대가 열리는 이때가 체코 젊은이에게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멘토링 이유를 설명했다. 트리기만 역시 소프트웨어 개발사로 시작해 시스템통합(SI) 외주 개발을 주로 해왔다. 지난해 모바일과 연동되는 자사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미국, 아시아로 뻗어 나가고 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