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내우외환` 악재를 딛고 하반기 자동차 시장을 뜨겁게 달구면서 회사가 최근 제시한 자동차 700만대 목표를 넘어선 720만대 안팎의 판매고 달성도 점쳐졌다. 회사 설립 이래 최대 규모다.
두 회사는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급격히 둔화함에도 불구하고 당초 목표치를 웃도는 판매량을 올렸다. 지난 7~8월 국내 공장 파업으로 생산 일정이 지연된 것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결과다.
15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현대차는 3분기까지 자동차 326만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11% 성장했다. 기아차도 204만대를 판매해 작년 대비 12% 늘었다. 이 같은 추세는 일본 자동차 업계의 중국 시장 위축 및 대규모 리콜 사태에 따른 반사이익까지 더 해져 4분기에도 지속할 전망이다. 회사는 올해 자동차 판매량을 700만대로 늘려 잡았지만 대외 여건의 호조에 힘입어 20만대 안팎의 차 판매 초과달성 가능성도 제기된다.
7~8월만 해도 현대·기아차 상황은 녹록하지 않았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 자동차 시장 수요가 둔화됐다. 임금 단체협상 난항으로 생산까지 차질을 빚었다. 9월 들어 상황이 급반전했다. 노사협상 타결로 공장 가동률이 높아졌으며, 미국 앨라배마 공장이 3교대 시스템으로 전환되며 생산능력이 크게 확대됐다. 하반기 중국 3공장이 본격 가동되고, 브라질·터키 공장 생산능력이 더해지면 실적 개선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 반일감정 확산에 따른 반사이익 효과도 컸다. 9월까지 기아차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33만4000대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역대 최고치다. 현대차는 지난 8~9월 동안에도 중국에서 자체 최고 판매치를 기록했다.
현대·기아차는 메이저 자동차 업체 중 신흥시장 비중이 높아 선진국 시장 둔화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고 있다. 현대차는 특정 지역 시장 비중이 20%를 넘지 않는다.
시장조사업체 LMC오토모티브는 현대·기아차가 올해 전년보다 8.6% 증가한 717만대 판매를 예상했다.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 성장률인 6.4%를 웃돈다. 현대·기아차 올해 목표치 700만대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현대차가 지난해보다 8.5% 증가한 441만대, 기아차가 8.7% 늘어난 276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탄탄한 실적을 기반으로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가치도 치솟았다. 브랜드 조사기관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올해 현대차 브랜드 가치는 작년 대비 24.4% 증가한 75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글로벌 61위에서 올해 53위로 상승했다. 기아차의 브랜드 가치는 41억달러로 작년 대비 무려 49.8% 증가했다. 사상 최초로 세계 100대(87위) 브랜드에 진입했다. 2007년까지만 해도 현대와 기아의 브랜드 가치는 각각 45억달러, 11억달러에 불과했다. 두 회사 브랜드 가치가 4년 동안 연평균 10.9%, 30%씩 증가한 셈이다. 같은 기간 자동차업계 연평균 브랜드 가치 증가율은 2.8%에 불과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는 전통적으로 경기 민감 업종으로 분류되지만, 최근 신흥시장 비중이 절반을 넘어섬에 따라 성장산업 특성이 강화됐다”며 “신흥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한 현대·기아차가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연간 판매대수 추이(단위:천대)
자료:LMC오토모티브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