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엑스포공원 입주기업들 `드라마타운 조성`에 반발

대전엑스포과학공원 입주 벤처기업들이 대전시의 HD드라마타운 조성으로 한 순간에 보금자리를 잃게 됐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엑스포과학공원 관리동 입주업체협의회(회장 이재영)는 16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전시는 대전시민 혈세로 지어진 관리동 건물을 철거하고 힘없는 입주업체를 내쫓는 HD 드라마타운 조성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엑스포과학공원 관리동은 지난 1999년 대전시로부터 벤처영상집적시설로 지정돼 20여개 벤처기업들이 입주해 있으며, 건물 잔존 가치 평가액만 94억원에 달한다. 대전시는 이곳에 정부로부터 HD드라마타운 조성 사업을 유치해 오는 2014년까지 총 885억원의 국비를 지원받아 대형스튜디오 등 영상집적단지를 조성한다.

이재영 회장은 “대전시와 대전마케팅공사는 그동안 HD 드라마타운 조성 사업 유치를 추진하고 기본 계획을 수립하면서 입주업체에는 이와 관련된 논의는 커녕 단 한 번의 설명이나 안내도 없이 지난달 26일에서야 관리동 부지에 HD드라마타운을 짓겠다며 임대 계약 해지 통보를 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대전시가 관리동 입주업체에게 현 벤처영상집적시설 해지와 새로운 벤처영상집적시설 지정, 이주 안내 등 일체 배려도 없이 일방적인 해지 통보를 하고 내쫓다 시피하고 있다”며 “이번 대전시 결정으로 현재 입주한 기업 20여곳은 이제 힘없이 내쫓겨 뿔뿔이 흩어져야 할 상황이 됐다”고 시 정책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시에서 유치한 HD드라마타운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 회장은 “광주, 부산, 서울 등에 대전 HD드라마타운과 유사한 대형 규모의 세트 촬영장이 속속 건립중인데 과연 대전의 HD드라마타운이 수도권은 물론 다른 지역과 경쟁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설사 대전에서 촬영이 이뤄진다 해도 수도권 인력이 내려와서 작업하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형태가 돼 일자리 창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관리동 건물은 효용성이 높고, 대전엑스포 당시 설계된 충분한 보존 가치를 지닌 역사적 건물”이라며 “대전시가 HD드라마타운 부지를 일부 변경하거나 건물을 효율적으로 배치해 관리동 건물을 살리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 관계자는 “HD드라마타운 부지 변경을 위해 문화관광부와 8회에 걸쳐 협의했으나 진전이 없었다”며 “현재로서는 당초 문화부와 계약했던 엑스포과학공원 관리동 건물 부지에 HD드라마타운을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입주업체 중 7곳은 대덕특구내 장영실관에 입주할 수 있도록 알선하는 한편, 나머지 기업들도 시청내 기업지원과와 협의해 다른 곳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