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미디어 빅뱅]스마트 미디어 시대, `새 기술`을 어떻게 볼 것인가

새로운 기술은 규제와 진흥책을 포함한 정책적·법적 `공백`을 낳기 쉽다. 미디어 시장 역시 `스마트 미디어`로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새로운 서비스 방식이 쏟아지면서 `합법인가 위법인가` `어떤 규제 대상인가` 등의 질문에 명확하게 답을 하기 힘든 상황을 낳고 있다. 한국의 DCS(접시없는 위성방송)와 미국 아에리오(Aereo)사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아에리오의 소형안테나의 크기. 동전과 비교하면 얼마나 작은 지 알 수 있다.
아에리오의 소형안테나의 크기. 동전과 비교하면 얼마나 작은 지 알 수 있다.

2012년 2월 뉴욕 시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아이레오는 지붕이나 TV에 설치하던 안테나 대신 손톱 크기의 `마이크로 안테나` 수천 개를 데이터 센터에 설치, 초고속 인터넷을 통해 제공한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케이블 선이나 셋톱박스 없이도 인터넷만 있으면 원하는 기기로 자신만의 안테나를 가질 수 있다. 이를 통해 실시간 방송 시청과 녹화·클라우드 저장까지 제공한다. 주요 지상파 채널과 영화 채널을 포함해 28개 채널을 유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하루 1달러에서 연간 80달러까지 선택적으로 이용 가능하다.

한국에서 논란거리가 된 DCS(Dish Convergence Solution)는 KT스카이라이프의 위성에서 쏜 방송신호를 KT 전화국에 설치된 `공동위성접시`로 받아 각 가입자에게는 인터넷망으로 전송해주는 서비스다. 위성안테나를 각자 설치하고 집을 옮길 때마다 철거·재설치하는 불편함이 없애기 위한 것이다.

이 두 서비스는 미국과 한국에서 각자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아에리오의 서비스가 출시되자마자 미국 네트워크 방송사업자는 즉시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의 논리는 “각 회사는 대중에게 자사의 콘텐츠를 방송할 수 있는 배타적인 권리를 가졌다”는 것이다. 아에리오는 이에 대해 “대중이 아니라 개별 가입자를 위한 서비스며, 마이크로 안테나는 가정용 안테나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DCS는 `기존 방송 역무`에서 벗어났다는 반발을 불렀다. 케이블업계·지상파방송사·IPTV 사업자 등 일제히 “현행 방송법상 위성방송의 허가범위를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KT스카이라이프 측은 “방송신호를 수신하는 사람이 가입자로 한정돼 있고 우주에 떠 있는 인공위성이 방송신호를 발사하는 방식에 전혀 변함이 없기 때문에 인공위성 무선국의 운용범위가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강하게 반박했다.

여기까지는 비슷했지만 결론은 다르게 났다. 지난 7월 뉴욕지방법원은 아에리오의 방송 기술 방식 특수성을 인정하며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판결을 바탕으로 아에리오는 뉴욕 외 다른 지역으로 확장할 계획까지 세웠다. 하지만 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는 “현행 방송법상 위성방송의 허가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해 신규가입자 모집 중단을 권고했다.

◇OTT 서비스도 `폭풍 전야

아직 국내에는 네트워크를 직접 보유하지 않은 `서드파티` OTT 사업자의 세가 약하다. 유료방송 시장도 대부분 네트워크를 운용하는 케이블이나 IPTV 사업자가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문자메시지 시장이 카카오톡 등 OTT에 잠식당했듯,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서 OTT의 영향력이 커질 것은 자명하다.

DCS와 같이 평행선을 달리는 소모적인 논란이 OTT로 벌어질 것도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이미 해외 사례가 충분히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역무구분·수평적 규제체계 확립이 시급하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네트워크의 투자 여력을 담보할 수 있는 `네트워크 가치`와 다양한 OTT 사업자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비즈니스 확대를 꾀하는 `생태계 가치`가 함께 고려된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