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미디어빅뱅]기고-스마트 미디어 전망과 과제

올 연말이 되면 세계 휴대폰 시장의 20% 이상이 스마트폰으로 대체되고,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가 2000만 명에 도달한다고 한다. 이와 함께 스마트미디어의 양대 축으로 부상한 스마트TV는 2013년 국내 TV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스마트미디어 시장의 변화는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구글 등 전통적 단말제조사와 글로벌 포털 사업자들 간의 경쟁이 확대되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스마트미디어빅뱅]기고-스마트 미디어 전망과 과제

전통적 통신·방송서비스와 비교할 때 스마트미디어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네트워크, 지역, 국경, 단말 등의 경계를 무력화하는 한편 미디어 이용자들 사이의 자발적 참여와 상호작용을 촉진한다. 예를 들면 스마트미디어의 대표적 가상재화(Virtual Goods)인 OTT(Over The Top) 앱은 유·무선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이용이 가능하다. 최근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유튜브를 통해 순식간에 세계 음악 팬들을 열광시켰다. 과거 음반 유통시스템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현상이다. 또 중앙에서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편성해 내보내면, 시청자가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방송서비스에 비해 스마트미디어는 오픈마켓에서 공급자와 이용자간 자유로운 콘텐츠 거래를 통해 소비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스마트미디어 속성은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거대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각 지역별 통신사업자나 방송사업자와 달리 거대 기업들은 글로벌 단위의 플랫폼을 구축·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면 국내 사정은 자본력, 기술력 등에서 매우 열세다. 향후 다가올 초 연결시대에 정보통신기술(ICT) 신생태계를 구축하고, 선도하기 위해서는 스마트미디어가 갖는 속성을 간파하고, 제반 과제에 대한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먼저 스마트미디어에 걸맞은 호환성이 보장돼야 한다. 스마트미디어 시장선점을 위한 개별사업자간 과도한 플랫폼 경쟁은 자칫 어떤 나라나 지역을 서로 적대적이거나 비협조적인 여러 개의 작은 나라나 지역으로 쪼개는 `발칸화`를 초래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만 증가시킬 수 있다.

스마트미디어 서비스를 수용할 수 있는 기술 중립적인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유무선, 지리적 속성에 기인한 칸막이식 규제체계로는 스마트미디어 서비스를 수용할 수 없다. 급격한 기술변화와 이에 따른 새로운 서비스 등장에 대비해 이를 중립적으로 수용하고 상호간 예측 가능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또 과거 기술적 한계 등으로 불가피 했던 각종 제도들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과감한 규제완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스마트미디어가 자생하고 번창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 노력이 필요하다. 스마트미디어로 인해 트래픽이 과다하게 발생하는 반면 네트워크 투자 주체와 수익 주체가 분리돼 있어 갈등이 발생한다. 국내외에서 콘텐츠사업자(CP)들은 과다 트래픽 발생에 따른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는다. 현재 인터넷 정산체계도 CP의 합리적 트래픽 관리에 대한 인센티브가 전무하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와 관리가 필요하다. 스마트미디어 생태계 참여자들은 그 근간이 되는 인프라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투자 문제를 같이 해결해야 한다.

과거 북극권에 위치한 그린란드에 바이킹들이 식민지를 세웠다. 그들은 1000년경부터 400년 이상 추운 그린란드에서 성공적으로 살았다. 그런데 왜 붕괴되었을까? 그들은 유럽인이라는 정체성에 매몰돼, 원주민인 이누이트에게 배우기를 거부했다. 그들은 몸에 밴 생활습관과 문화적 가치관에 따라 고집스럽게 소와 양을 키웠다. 목초지를 조성하기 위해 삼림을 파괴했고, 이는 급격한 토양침식을 가져왔다.

스마트 미디어는 분명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새로운 질서와 의무를 요구한다. 로버트 피어리와 로알 아문젠이 북극 횡단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유럽식 생활양식을 과감히 버리고, 생존에 필요한 이누이트의 지혜를 수용했기에 가능했다. 스마트 미디어 시대를 맞는 우리에게도 그런 지혜가 필요하다.

유태열 한국스마트TV산업협회장 yooty@k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