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미디어빅뱅]스마트 미디어 현재와 미래

롯데팬인 야구광 강모씨는(35) 모처럼만의 가을 야구가 반갑기 그지없다. 일찍 퇴근해 편안히 경기를 시청하고 싶었지만 야근과 저녁 약속 때문에 TV로 시청하기 어렵게 됐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있어 걱정이 없다. 야근 중에는 `T베이스볼`로 경기를 보면 된다. 득점상황 예약알림을 설정해 놓고 중요 순간에만 경기를 보기 때문에 상사의 눈치도 보이지 않는다. 저녁 약속에 가서는 스마트폰으로 N스크린 서비스 `티빙`을 실행시켜 놓고 경기 상황을 살펴봤다. 스마트 미디어가 바꿔놓은 야구경기 시청 풍경이다.

미디어 산업에 스마트 열풍이 거세다. 기존 미디어들은 스마트 기능을 더하려는 작업으로 분주하고, 스마트 기술을 기반으로 새롭게 미디어 시장에 도전장을 내는 사업자들도 잇따른다. TV와 셋톱박스 등을 제조하는 기업들도 스마트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제품개발에 나섰다.

미디어 산업에 대한 규제가 약한 미국 등 해외에서는 스마트 미디어 시장이 더욱 요동친다.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기존 케이블TV를 뛰어넘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미디어는 물론 서점인 `반스앤노블`이나 X박스 게임기를 통한 OTT 서비스 등 새로운 사업자들의 스마트 미디어 시장 진출도 눈길을 끈다. 스마트 미디어 시장의 패권을 잡기 위한 경쟁은 이제부터다.

◇스마트 미디어 경쟁 가속=기존에는 스마트TV라고 하면 삼성전자나 LG전자가 내놓은 스마트TV 수상기를 말했다.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 등을 갖춘 TV에 인터넷선을 연결해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고, 인터넷 검색을 했다. 하지만 이런 스마트TV는 고가의 TV를 구매해야 하고, 콘텐츠 부족이라는 한계도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콘텐츠를 보유한 유료방송사업자와 제조업체가 연합했다. 씨앤앰이 LG CNS와 함께 스마트케이블TV 서비스를 내놨고, KT는 삼성전자와 함께 스마트IPTV를 개발해 조만간 선보일 계획이다. 티브로드도 휴맥스와 함께 스마트케이블TV를 준비 중이다.

더 강력한 연합세력도 등장했다. LG유플러스는 구글, LG전자와 함께 `u+tv G`를 선보였다. 콘텐츠를 보유한 IPTV 사업자와 스마트 서비스에 강점을 가진 구글TV, 기술력을 갖춘 가전업체가 보조를 맞춰 내놓은 것으로 기존의 서비스 보다 한 단계 진화했다는 평가다.

롱텀에벌루션(LTE), 3G, 와이파이 등 강력한 무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N스크린 서비스 경쟁도 치열하다. CJ헬로비전이 `티빙`으로 N스크린 시장에서 치고 나가자, 강력한 콘텐츠 파워를 가진 지상파 방송사들이 `푹(pooq)`을 내놓았다.

사업자 전략에 따라 서비스 형태도 달라진다. 자사 케이블 가입자에게 부가 서비스 개념으로 서비스하는 HCN의 `에브리온TV`도 있고, 지상파와 케이블이 손잡고 N스크린 서비스를 준비하는 곳도 있다.

포털 등 인터넷 사업자와 제조사도 스마트 미디어 경쟁에 가세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다음TV`를 출시했고, 판도라TV도 OTT 기반의 방송사업을 한다. 셋톱박스 제조업체들은 OTT 서비스를 위한 제품 개발과 함께 콘텐츠 사업자와 제휴를 통한 서비스 시장 진출도 모색한다.

◇시청행태도 변화=플랫폼과 기기를 넘나드는 스마트 미디어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이용자들의 시청행태도 달라졌다.

스마트폰 보급이 3000만대를 넘고, 통신사업자들이 경쟁적으로 LTE 망을 구축하면서 전국 어디서나 HD화질의 영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실시간 프로그램을 놓쳐도 언제든 주문형비디오나 콘텐츠 다운로드를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본방송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졌다.

시청률만 참고하면 됐던 방송사업자들도 이제는 변해야 한다. 스마트 미디어 사업자들은 소비자 시청행태 분석과 이에 맞춘 전략 수립을 위해 분주하다.

전통적인 개념의 시청률은 이제 단순한 참고자료 이상의 의미가 없다. 스마트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세대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은 특히 그렇다. 주말 인기 오락프로그램 중에는 시청률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프로그램이 부지기수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N스크린, 인터넷, 주문형비디오(VOD), 다운로드 등 다양한 방법으로 프로그램을 시청한다. 누가 얼마나 시청하는지 집계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다.

지상파 MBC를 통해 방송된 준플레이오프 1차전의 경우 시청률이 7.4%였다. 올해 처음으로 관중 700만을 넘어선 야구열기와 최고 인기구단 롯데의 포스트시즌 치곤 시청률이 낮다. 하지만 야구팬들은 야구를 TV로 시청하지 않았을 뿐이다. 동시간대 N스크린 서비스 티빙에서는 야구 중계가 압도적인 인기를 끌었고, LTE 기반 야구중계인 T베이스볼 이용자도 급증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T베이스볼 이용자는 평소보다 10배 이상 늘어나 1일 10만명 가까이 가입했다.

◇규제도 스마트해져야=스마트 미디어가 활성화되기 위한 전제조건 중 하나가 규제 개선이다. 현재 국내 방송법은 플랫폼 별로 규제하는 수직적 규제 체계다. 하지만 방송 플랫폼을 넘나드는 서비스들이 잇따라 등장하며 수직적 규제 체계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했다. 더 이상 네트워크와 플랫폼의 구분은 의미가 없어졌다. 이제는 전송과 콘텐츠로 규제하는 수평적 규제체계가 필요하다. 동일서비스 동일규제도 서둘러 적용해 동등한 경쟁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새로운 융합 서비스와 매체별 기술방식 결합 등 급변하는 방송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방통위는 “해외 사례와 함께 시청자 편익, 공정 경쟁, 방송 발전 측면 등을 감안해 이행과제를 발굴하고 법 제도 개선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며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열린 논의 구조로 운영하여 합리적인 결과를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