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증시구원투수 역할 기대감 커진다

외국인과 기관이 주식시장에서 한발 물러서면서 연기금의 증시 구원투수 역할에 기대가 모아졌다. 연기금이 가진 올해 주식투자 여력도 충분해 전문가들은 연기금 매매 패턴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연기금이 2개월 연속 주식시장에서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면서 맥빠진 증시를 그나마 뒷받침했다. 이달 들어서만 연기금은 10거래일 가운데 7거래일 순매수를 기록 중이다.

순매수 규모는 전달에 비해 줄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순매도 기조로 돌아선 것과 대조적이다. 외국인은 3차 양적완화(QE3) 실행을 정점으로 오히려 순매도 규모가 커졌고 기관 역시 펀드 환매 압박으로 순매도 규모가 커진 상황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연기금이 당분간 순매수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주식투자 목표치를 채우지 않고 있어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국민연금기금 운용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은 17.0%에 불과하다. 이는 국민연금 올해 국내 주식 투자 비중 목표치 19.3%에 크게 미달하는 수준이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7월 말 이후 연기금에서 순매수한 국내 주식이 약 2조원”이라며 “이를 감안하더라도 아직은 연말까지 추가 매수 여력이 상당히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임 연구원은 “과거 연기금의 순매수 패턴을 보면 경기나 기업실적 보다 가격 매력이 커진 기업이나 연말에 투자가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연말로 갈수록 연기금의 매수세가 강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점차 커지는 이유다.

관심종목으로 최근 낙폭이 커진 우량 대형주를 꼽았다.

향후 미국을 중심으로 경기가 점진적으로 되살아날 것이란 전망도 연기금 투자 확대를 전망하는 배경이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EU정상회의에서 유럽 문제 해결 가능성이 있고 소비자 판매가 개선된 점도 향후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럴 경우 낮아진 주식시장 가격 메리트가 더욱 부각될 수 있어 연기금 투자를 유도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약세로 인해 국내 증시의 가격 매력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15일 기준 한국 증시의 주가순이익비율(PER)은 8.4배 수준으로 연기금 입장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매수 구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