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한전 사장이 전력시장 개편을 위해 꺼내들었던 협력회사 솎아내기 강도가 크게 약화됐다. 공사 협력업체들이 대규모 파산사태를 우려하며 제기한 점진적 개편 요구를 한전이 수용한 결과다.
16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전이 최근 추진한 2013년·2014년 협력회사 적격심사기준 개편안이 소폭 상향조정된 선에서 마무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한전은 협력회사가 한해 동안 할 수 있는 공사물량인 도급액 기준을 대폭 상향해 2013년부터 계약을 맺는 전체 협력사 수를 줄일 방침이었다. 그동안 전기공사업체가 한전 협력사 지위를 얻으려면 최근 3년간 실적이 도급액 기준의 두 배를 넘어야 했다.
45억원이던 도급액 기준은 이번 개편에서 56억원으로 늘었다. 최근 매출실적도 도급액의 2.2배 이상으로 상향 조정됐다. 사실상 하나의 회사가 할 수 있는 총 공사물량을 늘리면서 협력회사 수를 줄이려는 의도다.
하지만 한전의 의도와는 달리 협력회사 솎아내기 효과는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원인은 도급액의 2.2배를 넘어야 하는 실적누적액 정산기간도 최근 3년에서 4년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협력사를 가리기 위한 도급액 기준이 상향되긴 했지만 업체들이 그 기준을 채우기 위한 실적치도 확대되면서 개편 효과가 반감된 셈이다.
한전은 이번 심사기준 개편으로 기존 840여개의 협력회사 가운데 100개를 솎아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나름대로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반면에 전기공사 업계의 반응은 다르다. 이번 개편에 대상이 되는 곳은 일부 지역사업소에 불과하고 굳이 개편안이 아니었더라고 경기불황에 따른 인수합병 이슈로 50여개 이상의 회사는 정리가 됐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협력사 한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 한전은 도급액 기준을 80억원까지 올리려 했다”며 “시장 생태계를 감안하지 않고 무리한 시장혁신 전략이 중도에 방향을 선회한 사례”라고 말했다.
한전은 심사기준 개선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협력사 솎아내기 작업 계속할 계획이다. 한전 관계자는 “이번 심사기준 개편은 협력사들의 우려 목소리가 높아 상당부분 입장을 반영해 준 부분이 있다”며 “협력사를 줄여나가는 방침에는 변한 것이 없는 만큼 계속적으로 심사기준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박태준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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