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자동차와 조선, 휴대폰 등 일부 분야에서 세계 시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지만 산업 대부분이 여전히 선진국을 뒤쫓는 형국이다. 그나마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분야도 몇몇 대기업만이 고군분투하고 있어 산업 전체 경쟁력 제고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시스템&소프트웨어 프로덕트 라인(SSPL)`이 그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SSPL은 단순한 대량생산이 아닌 고객 요구에 맞는 대량맞춤생산(Mass Customization)을 위한 소프트웨어(SW) 개발 패러다임이다. 플랫폼을 활용해 공통 부분은 재사용하고 가변 부분만 개발해 생산성과 개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게 핵심이다.
제품에서 SW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SSPL 중요성도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20여년 전부터 SSPL을 도입해 확산하고 있는 선진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그 개념조차 생소한 상황이다. 이에 지난 16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정부와 산업별 전문가들이 모여 `SSPL 추진전략과 진흥정책` 세미나를 열고 SSPL 도입 방안과 전략을 논의했다.
이단형 한국SW기술진흥협회(KOSTA) 회장의 주제발표에 이어 패널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패널 발표와 토론에는 이단형 회장을 비롯해 김수옥 LG전자 SW역량개발센터장, 김채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융합기술연구부문 소장, 곽만기 현대오트론 개발프로세스지원팀장, 문병철 지식경제부 SW진흥과장이 참여했다. 이번 세미나는 KOSTA와 전자신문 주최로 열렸다.
[주제발표]이단형 한국SW기술진흥협회장
국내 산업은 대외 의존도가 높다. 수출을 하지 않고서는 지속적 성장이 어려운 구조다. 제조·서비스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 SW가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제품 개발원가 중 SW가 차지하는 비중은 통신기기 64.3%, 전투기 51.4%, 의료기기 40%에 달하며 그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선진국은 2015년 기준 가전과 자동차, 의료, 통신기기 등 주요 연구개발(R&D) 예산 48%를 SW R&D에 투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SW의 핵심은 IT 거버넌스, IT 가치관리, SW 프로세스 개선, 플랫폼 역량 네 가지인데 이 모든 게 SSPL을 활용하면 체계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SSPL은 생산방식의 변화와 함께 대두됐다. 1800년대 후반 미국을 중심으로 대량생산(Mass Production)이 발전하면서 미국이 제조산업에서 유럽을 앞질렀다. 포드자동차를 예로 들면 불과 8년 사이에 생산량이 100배 증가했다. 한때 미국이 세계 경제의 45%를 장악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원자재 파동과 고객 요구사항 증대 등 여러 요인으로 대랑맞춤생산이 요구됐다. MIT 경영대학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량맞춤생산을 적용한 기업은 3년 내 매출이 35% 증가하는 효과를 거뒀다. SSPL은 효과적 대량맞춤생산을 위해 플랫폼에 기반을 두고 SW를 개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탄생했다.
유럽연합(EU) 1980년대 후반 SSPL을 본격적으로 개발·적용하기 시작했다.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미국 보잉사에 뒤지던 에어버스는 SSPL 적용 이후 시장점유율 60%를 차지하게 됐다. 지멘스와 필립스 역시 세계 시장 점유율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SSPL은 원가절감, 품질개선, 제품출시 소요시간 단축, 유지보수 비용 절감 등 다양한 효과를 가져다준다. 무엇보다 수출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로서는 꼭 도입해야 하는 SW 개발 패러다임이다. SSPL은 21세기 제조·서비스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요소로 국가 차원에서 도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정리=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