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개혁 코드 서남표 총장 내년 3월 마침표

대학 개혁 코드로 일컬어지던 서남표 KAIST 총장이 17일 서울 서머셋팰리스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3월 정기이사회를 끝으로 임기를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임기를 2년만 마친 전임 로버트 러플린 총장에 이어 중도에 물러나게 됐다. 대통령 선거와 차기 정권, 정부부처 개편 등의 주변 환경 변화에 따른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나 지난해 초 학생들의 잇단 자살로 촉발한 KAIST 학생과 교수, 총장 간 갈등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

◇반발에도 굴하지 않던 서 총장=6년 3개월 전인 지난 2006년 7월 KAIST 부임 당시 서 총장이 내건 코드는 두 가지였다. 테뉴어(영년직)제도 도입과 전 학과 영어수업이 골자였다. 2007년 초엔 테뉴어 신청 교수 35명 중 15명이 낙마해 철밥통으로 불리던 대학교육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던 대학에 징벌적 수업료를 도입해 성적이 일정 기준 이하인 석·박사과정 학생들에게 최고 396만8000원을 징수했다. 이 때문에 학생 자살이 촉발됐다는 지적도 일부에서 나왔다.

◇학생 자살 잇따르자 한방에 와르르=그러나 지난해 초 학생 자살사건이 연이어 네 건이나 터지면서 서남표식 대학 개혁에 제동이 걸렸다. KAIST는 학생과 교수, 경영진이 참여하는 혁신비상위원회를 꾸리고 총 26개 항목에 걸친 개혁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KAIST 교수협의회가 소통 부재를 들고 나오면서 갈등이 표면화했다. 명목은 모든 약속 이행이었지만, 총장 퇴진으로 방향이 틀어졌다. 이 와중에 채용 비리 의혹과 온라인 전기차, 모바일 하버 문제 등이 제기되고, 특허 도용 의혹 등이 법적공방으로 치달으며 갈등의 골은 걷잡을 수 없이 깊어갔다.

◇KAIST호 어디로 가야 하나=서 총장이 비록 연임은 했지만, 러플린 전총장 때처럼 자의가 아닌 주위 압박에 따른 퇴임이라는 나쁜 선례를 이어가게 됐다. 교수 측의 `철밥통`을 지키려다 양자 간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KAIST 한 관계자는 “2년 전만 해도 학생들이 주말에도 공부하느라 과외 나가는 일은 꿈도 못 꿨는데, 최근엔 상당히 늘었다는 주위 얘기가 아이러니하게 들렸다”며 “새 정권에서 서남표 총장이 교육이나 과학기술 관련 공직을 맡는다면 KAIST가 또 어떤 자세를 취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한편 KAIST 학부총학생회는 다음 이사회(25일)에서 총장 퇴진 결정이 나지 않으면 총장실을 점거하겠다고 결의한 상태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