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그리고 '초단타매매'… 대체 뭐길래?](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2/10/18/Untitled-1.jpg)
최근 뉴욕증시와 뉴욕 원유시장에서 이유 없이 단 몇 분 사이에 주가가 폭락하는 사건이 발생하여 뉴스에 크게 보도되었는데, 당시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초단타매매가 거론된 적이 있다.
초단타매매란 고성능 컴퓨터를 이용하여 1초 사이에도 수 차례의 주식거래를 함으로써 단기시세차익을 노리는 트레이딩 기법이다. 사이버증권거래의 편리성 때문에, 2000년 이후 거래 점유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전체 거래량의 50%이상이 초단타매매로 인해 발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초단타매매가 60%이상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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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일권 부사장 사진](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2/10/18/s.jpg)
초단타매매가 시장의 유동성 확대와 증권가격의 비효율을 제거한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만연하다. 하지만, 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고 시장감독 기능을 무력화 시킬 수 있다는 부정적인 영향 때문에 미국 및 EU 등에서 관련 규제를 검토하고 있으며, 국내 증권시장 역시 구체적인 규제방안은 없지만, 일부 파생상품에 한해 간접적인 규제를 실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규제를 위한 다양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초단타매매가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이유는 거래시장간 경쟁이 치열해 지는 것과 깊은 연관이 있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거래소간의 경쟁력은 더욱 강조될 것이고, 유동성이 유동성을 부르는 증권시장의 속성으로 볼 때 거래시장의 경쟁력은 사실상 유동성 확보에 달렸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뛰어난 유동성을 만들어 내는 초단타매매는 거래시장이 반드시 확보해야 할 대상임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러면 초단타매매를 잘하기 위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무엇일까? 초단타매매는 1초에 수 차례의 주식거래가 발생하기 때문에, 거래가 체결되는 미세한 속도 차이가 전체적인 투자 수익률을 크게 좌우한다. 즉,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이 “주문이 거래소에 도달하는 속도”, 다시 말해 거래속도이고, 거래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주문처리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지연을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진다. 이미 국내 증권사 사이에서도 지연을 최소화 하려는 본격적인 속도 경쟁이 시작되었으며, 지연에 대한 통제수준도 마이크로 세컨드(microsecond, 백만 분의 1초)에서 나노세컨드(nanosecond, 10억분의 1초) 단위로 점점 빨라지고 있다.
지연시간이 나노세컨드 수준으로 낮아지는 것을 초저지연(Ultra-Low Latency)이라고 하며, 이런 수준으로 지연시간을 최소화 하느냐, 못하느냐가 증권사들의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이를 위해 증권사들은 지연과 관련한 첨단 IT 솔루션을 도입, 타사보다 지연시간을 낮추기 위한 경주에 일제히 뛰어들고 있다.
안타깝게도 초저지연 기술 중 대부분은 단순히 성능 및 처리속도만을 빠르게 해서 지연시간을 최소화 하려는 경향이 있다. 물론 성능 및 처리속도가 지연시간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초저지연을 구현하려면 지연에 영향을 주는 복합적인 요인들도 살펴보아야 한다. 단순히 성능 및 처리속도만 빠르다고 해서 지연시간이 최소화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면, 100km의 속도를 내는 자동차보다 200Km의 속도를 내는 자동차가 더 빨리 달릴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더 빠른 자동차를 타더라도, 막힌 도로 위에서 자동차는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며, 오히려 더 느리게 달리게 된다. 증권사들이 경쟁사보다 빠른 거래속도를 제공하기 위해서 빠른 자동차를 보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동차가 빨리 달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러면 초단타매매에 있어서 “빠른 자동차”와 “빨리 달릴 수 있는 도로”란 무엇일까? 이를 시스템과 네트워크 기술로 풀어보면 다음과 같이 세가지로 설명될 수 있다.
○1 주문에 대한 가장 빠른 전송 및 처리속도
- 나노세컨드(nanosecond) 범위 내에서 최소 대기시간을 보장
○2 주문 흐름에 대한 관리의 가시성
- 거래속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체지점에 대한 가시성 확보
- 추가적인 지연이 발생 하기 전, 사전 예측 및 해결
○3 주문흐름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기능
- 나노세컨드(nanosecond) 단위로 움직이는 주문흐름에 대해 정교한 시간동기화를 통해 주문 흐름과 관련된 모든 요인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
초저지연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가장 빠른 속도로 거래를 처리하고, 항상 빠른 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일부 구간에 지연이 발생하였을 경우, 지연구간을 즉시 확인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네트워크 전반에 걸친 종합적인 분석이 가능해야 한다.
초단타매매를 위해 지금까지 우리는 “빠른 처리속도”에 대해서만 고민해 왔는데, 이제는 한발짝 더 나아가야 할 때이다. 물론, “빠른 처리속도”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 다만, “빠른 처리속도”가 실질적으로 고객이 느끼는 “빠른 거래속도”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단순한 “빠름” 외에 지연을 발생시키는 여러 요인에 대한 좀 더 깊이 있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증권사에서 요구하는 빠른 시스템과 네트워크가 지원되어야 하는 속도경쟁의 장에서 지연을 최소화하는 초저지연(Ultra-Low Latency)에 대한 기술확보, 그리고 전체 아키텍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시스템과 네트워크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솔루션이 향후 증권사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손일권 부사장 ishon@cisco.com, 대기업영업본부 / 시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