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듀폰 분쟁, 미국서 형사사건으로 확대

슈퍼섬유로 불리는 아라미드를 놓고 벌이고 있는 코오롱과 듀폰의 영업비밀 침해 분쟁이 형사 사건으로 번졌다.

18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법원 대배심은 코오롱인더스트리(이하 코오롱)와 임직원 5명을 버지니아 연방법원에 기소했다. 듀폰의 섬유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구체적인 내용은 전용 1건과 영업비밀 절도 4건, 조사방해 1건 등이다. 대배심은 코오롱이 총 2억2600만달러의 부당이득을 얻었다고 판단했다. 지난 8월 21일 제출된 기소장이 이날 공개되면서 공소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코오롱과 듀폰은 방탄복 등에 쓰이는 아마리드(파라계)를 놓고 민사 소송을 진행중이다. 지난 1973년 `케블라`라는 이름으로 슈퍼섬유 아라미드의 상용화에 성공한 듀폰은 후발 주자인 코오롱이 2005년 `헤라크론`이라는 아라미드 섬유를 선보이자 지난 2009년 관련 기술을 빼돌렸다면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미국 법원은 지난해 11월 코오롱에 9억1천990만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고, 코오롱은 이에 불복해 항소 절차를 밟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검찰이 코오롱을 형사 기소한 것이다.

코오롱은 유감을 표하며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코오롱 측은 “미 검찰의 기소는 30년 넘게 독자적인 기술 개발에 힘써온 회사의 명예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것”이라며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며 정당성을 입증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미 검찰의 기소 시점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코오롱 항소 담당 제프 랜달 변호사는 “미 정부가 2007년 6월 이래 이 사건을 조사해왔지만 먼저 코오롱을 기소하지 않다가 듀폰과의 민사 소송 1심 판결이 나온 후에야 이를 결정했다”며 “이 시점에서 미 검찰이 코오롱을 기소해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