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충곤의 재미있는 특허 이야기]<2>특허 대상, 사람이 만든 모든 것

치열해지는 국제 특허분쟁은 제조업을 넘어서 소프트웨어와 생명공학·통신·금융 서비스 업계까지 확대하고 있다. 특허 분쟁의 범위는 특허 대상과 관련이 있다. 우선 어떤 것들이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없을까. 아인슈타인의 `E=MC2` 같은 자연법칙, 극저온에서 초전도 현상과 같은 물리적 현상, 수학적 알고리즘과 같은 추상적 아이디어는 특허 대상이 아니다. 이들은 인류가 공유해야 할 대상이고 개인이 독점할 수 없는 대상이다.

그럼 어떤 것이 특허 대상이 될까. 동력으로 움직이는 자동차와 같은 기계, 척추 교정 목적의 의자와 같은 제품, 의약품과 같은 조성물이 특허 대상이다. 그리고 여러 단계로 구성된 방법이 특허 대상이다. 제조 방법은 당연히 특허 대상이다. 예컨대, 둘레에 공간을 만들어 그곳에 치즈를 넣어 피자를 만드는 방법은 특허가 된다. 공부 잘 하는 방법은 특허 대상이 아니다. 추상적이거나 단순한 데이터 변환이 아니라 물리적 변환이 수반되는 일련의 과정이 방법으로 보호가 된다. 아레니우스 공식에 의거 고무를 경화시키는 방법은 특허 대상이다.

모바일기기 발전과 함께 소프트웨어가 정보산업 집약체로 중요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소프트웨어가 특허로 보호될 수 있을까. 소프트웨어는 프로그램 언어를 사용하므로 저작권으로 보호가 된다. 특정한 기술적 아이디어는 컴퓨터를 구동하는 스텝의 집합인 방법 특허로도 보호가 된다. 예를 들면,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는 두 가지로 보호된다. 소프트웨어 자체가 특허의 대상이냐 논란도 있지만, 현실은 IBM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일년에 수천 건의 소프트웨어 관련 특허를 출원한다.

소프트웨어가 금융기법에 적용되면, 금융기법이 특허가 될까. 미국에서 1998년 스테이트 스트리트 `허브 앤드 스포크(Hub and Spoke)` 방법의 뮤추얼펀드 금융상품 특허를 인정하면서 영업방법(BM) 특허 시대를 열었다. 이후 판매자보다 구매자가 가격을 부르는 프라이스라인의 역경매 특허, 온라인 쇼핑에서 쓰이는 아마존의 원클릭 특허가 BM특허로 인정됐다.

최근 인간 유전체서열 분석, 유전자 조작 등 생명공학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유용성이 밝혀진 DNA나 아미노산 서열은 특허가 가능하며 바이오 의약품 특허가 증가하고 있다. 살아있는 생물 자체가 특허의 대상이 될까. 자연에 존재하지 않고 인간이 조작에 의하여 만들 수 있으면 특허대상이 된다. 유조선 기름 유출에 대처할 수 있는 기름을 분해할 수 있는 박테리아를 만들게 되자, 특허 보호가 논란이 됐다. 미 연방대법원은 1980년 한 판결에서 “태양 아래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은 특허의 대상이 된다”는 판결을 해 생명공학 특허 시대를 열었다. 이후 하버드대가 암 연구를 위하여 유전자 조작에 의하여 만든 실험 쥐, 소위 `하버드 쥐(Harvard Mouse)`도 특허 보호가 됐다.

특허 대상은 국가마다 차이가 있다. 미국은 의료 시술 관련 특허를 인정하는 반면에 유럽이나 한국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이유로 특허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고충곤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 부사장(ck.ko@i-discove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