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은 공유해야 힘이 된다... `OLIVE` 눈길

“강제 규정을 없애면 말이죠, 보안 업계에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나요, 그런데 지금은 공인인증서를 써야 하니까 (중략) 보안 업계 전체가 다 죽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고 있어요.”

왼쪽부터 문영석 ,주영민, 최지태 오픈렉처라이브(OLIVE) 창업자 .
왼쪽부터 문영석 ,주영민, 최지태 오픈렉처라이브(OLIVE) 창업자 .

김기창 고려대 교수가 국내 공인인증서 보안의 문제점을 낱낱이 분석해서 설명해주는 강의를 인터넷에서 고선명(HD) 화질로 감상했다. `IT시대의 법학`이라는 주제의 1시간 조금 넘는 강의를 보고 나니 문제점과 개선점이 구체적으로 정리됐다. 발품을 팔 필요도 없고 돈을 낼 필요도 없었다.

이 영상이 올라 온 곳은 `오픈렉처라이브(OLIVE)`라는 사이트다.

“지식은 많은 사람이 가질수록 변화시킬 수 있는 게 많은데 웹의 개방성이 지식의 불균형을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주영민 OLIVE 대표는 이 사이트 개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연세대학교 같은 단과대에 다니는 주영민·최지태·문영석씨는 청춘 콘서트 등 각종 강연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보고 수요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MIT나 스탠퍼드 공개 강의 같은 지식공유 사이트는 편집이나 디자인이 세련되지 않았다. 다양한 기기를 쓰는 지금 시대에는 뒤떨어지는 영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좋은 강연을 무료로 볼 수 있는 플랫폼을 기획했다.

강연을 하려면 촬영팀, 장비,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한 홈페이지와 서버 등이 있어야 한다. 영상 편집도 해야 한다. 돈이 필요했다. 크라우드 펀딩 `텀블벅`을 이용했다. 이름 모를 개인들이 내 준 돈으로 서버와 촬영 비용 180만원을 마련했다.

홈페이지 제작과 디자인은 주변 친구들이 기부했다. 이제 필요한 건 연사와 강연 공간. 신촌에 있는 카페 `체화당`에서 공간을 내줬다. 명사들에게 강연 취지와 지식 기부를 부탁했더니 몇 명이 흔쾌히 답장을 보내왔다.

3월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를 시작으로 마광수 연세대 교수, 고은태 국제엠네스티 집행위원, 서민 단국대 교수 등 각계 전문가의 강연이 이뤄졌다. “한국 지식 생태계 전반을 담고 있는 도서관으로 만들고 싶다”는 게 이들의 바람이다. 강의 주제는 물론이고 강연을 만드는 데 참여하고 싶은 사람도 언제나 환영이다. 운영은 원하는 사람에게 대물림해가며 지속하는 교양 미디어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