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 여러 가지를 떠올리지만 그중에서도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릴 때가 많다. 늘 그런 생각을 각인시켜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가을은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을 연상시킨다. 가을은 그만큼 날씨가 좋아 단풍 구경을 비롯해 밖으로 여행을 떠나기 좋은 계절이다. 조용히 책상에 앉아 책을 읽기에는 날씨가 너무 좋아서 마음이 들뜨는 계절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가을은 조용히 사색하면서 자신과 대화하며 책을 읽기에는 최악의 계절로 자리매김해왔다.
물론 책보다 산책이 더 좋을 수 있지만 산책의 원료는 독서를 통한 사색에서 얻어진다. 이런 점에서 가을은 책 읽는 `독서(讀書)`의 계절이라기보다 책을 읽고 행동으로 옮겨 아름다운 결실을 얻는 계절이다. 가을은 그래서 `독서`의 계절이라기보다 홀로 결연하게 행동에 옮기는 `독행(獨行)`의 계절이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감동`받지만 `감동`받은 대로 `행동`에 옮기는 사람은 별로 없다. 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도 중요하지만 읽은 책만큼,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감동받은 만큼 행동에 옮겨 삶의 변화를 얼마큼 일으켰는지가 더 중요하다.
누군가의 성공 스토리를 읽고 자신도 성공하고 싶다고 다짐하고 교훈을 얻지만 결국 행동에 옮겨 과감히 실천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래서 언제나 책은 넘쳐나지만 감동을 전해준 책만큼 행동에 옮기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세상의 모든 변화는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느끼는 것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논리적 설명으로 이해가 되고 감성적 설득으로 마음이 움직였어도 행동으로 옮겨 모종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그저 심리적 만족에 머물 수밖에 없다.
책을 읽는 목적은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지식을 축적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책의 내용을 근간으로 일상의 변화를 도모하는 데 있다. 책을 아무리 많이 읽었어도 실천하지 않는 독서인은 안 읽은 것만 못하다.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얼마나 많은 메모 노트를 가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며, 메모한 노트를 중심으로 자신의 삶에 얼마나 적용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