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질 태양광 시장을 장악한 중국이 차세대 태양전지로 각광받는 구리·인듐·갈륨·셀레늄(CIGS) 사업에 본격 뛰었다. 선도국 일본과 후발주자인 우리나라, 중국이 CIGS 시장 선점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대만 태양광 업체들이 최근 CIGS 사업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신재생에너지 전문업체 하너지는 지난 6월 독일 큐셀의 자회사인 CIGS 업체 솔리브로를 인수한데 이어 최근 미국 미아솔을 인수했다. 중국 TFG그룹은 미국 어센트솔라를 인수했으며 대만 TSMC가 투자하는 스타이온은 우리나라 대구에 3억2000만달러를 들여 CIGS 태양전지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중국과 대만이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는 이유는 CIGS가 가장 유망한 아이템으로 평가받는데다 시장 침체로 경영이 어려워진 태양광 업체들이 싼 가격에 매물로 나와 “지금이 투자 적기”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솔리브로·미아솔·어센트솔라는 CIGS 업체 중에서도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는 `알짜기업`으로 평가 받는다. 솔리브로는 당시 모회사 큐셀이 파산 신청을 한 상태였으며 미아솔은 최근 손해가 심해 3000만달러(약 334억원)라는 `헐값`에 매각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중국이 사업에 적극 나서면서 업계에서는 결정질에 이어 박막까지 세계 시장을 장악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져 중국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면 결정질에 이어 박막 시장까지 선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본과 우리나라가 선행 투자를 통해 기술력·인재를 확보한데다 CIGS는 기술 장벽이 높은 만큼 `아시아 3강`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에는 기가와트(GW)급 양산라인을 보유한 선도업체 솔라프론티어가 있으며 우리나라는 삼성SDI·현대중공업·SK이노베이션·LG이노텍 등 대기업들이 다수 진출을 선언한 바 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 생고방, 독일 만츠 등이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업체는 높은 기술력과 적극적인 투자 의지가 장점으로 평가된다. 유럽은 장기간 연구개발(R&D)을 지속해 기술력이 높지만 최근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일본은 솔라프론티어 외에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 없어 단점으로 지적된다. 중국은 기술 수준은 비교적 낮지만 투자 부문에서 다른 나라보다 경쟁력을 갖고 있다.
안형근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중국이 결정질 사업에서 어느 정도 한계를 느껴 CIGS 사업에 투자를 시작한 것”이라며 “그간 우리나라도 정부 지원을 통해 국내 기업들이 관련 R&D를 지속해 온 만큼 지속적인 기술력 제고가 뒷받침 된다면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