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던 중국과 대만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기술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대만 업체들은 당초 예정했던 출시 시기도 훨씬 넘긴채 양산 제품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부터 양산을 계획했던 대만 AUO와 CMI는 상업 생산 일정을 내년으로 미뤘으며, 내년 하반기 양산을 공언했던 중국 BOE도 일정을 연기했다.
당초 계획상으로는 AUO가 가장 빨랐다. AUO는 지난 2월 일본의 이데미츠코산과 OLED 소재 관련 제휴를 맺었고, 소니로부터 기술지원까지 받았다. 대만과 싱가포르에 각각 3.5세대와 4.5세대 라인을 보유하고, 2분기부터는 이를 가동하려고 했다. 양산을 위해 일본의 모바일 기업도 고객사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HTC도 AUO에 패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4분기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모바일용 AM OLED 패널 양산을 위한 시험 가동에 그치는 상황이어서 순조롭게 진척된다 해도 내년 상반기에나 제품이 나올 전망이다.
CMI도 3.5세대 라인을 통해 4분기부터는 양산에 착수할 예정이었다. CMI는 미국 보스턴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에 참가해 자사가 개발한 4.3인치·3.5인치 패널을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CMI는 4분기내 4.3인치 제품부터 양산할 계획이라고 목표 시점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연내 양산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패널 업계의 한 전문가는 “대만 업체들이 연초까지만 해도 의욕적으로 투자하려고 했지만 내부적으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데다 양산 기술도 아직은 장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내년에나 출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네이멍구 오르도스 지역에 5.5세대 AM OLED 공장을 짓고 있는 BOE도 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BOE는 당초 신규 공장을 구축하면서 내년 말 가동을 목표 시점으로 잡았다. 하지만 기술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탓에 현재 고해상도 저온폴리실리콘(LTPS) 기판 공정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빨라도 내년 말 장비를 시험 가동해보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BOE가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간다면 이르면 2014년에야 양산 라인을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만·중국 업체들이 중소형 AM OLED 패널을 연내 어느 정도 만들어 낼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국 해를 넘길 분위기”라며 “선발 주자인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쉽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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