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사용중인 스마트폰을 고르는 결정적 요인은 뭘까. 시장조사기관 마케팅인사이트가 지난 4월 2만 4,4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동통신 기획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중 41%가 ‘성능/스펙이 좋아서’라고 답했다. 10명 중 4명 꼴이다. 스마트폰을 바꿀 때 누구나 성능이 뛰어난 제품을 원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대화면 스마트폰에 대한 3가지 불편한 진실?](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2/10/19/01.jpg)
하지만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무엇을 성능/스펙의 기준으로 삼았는가’라는 질문(복수응답 기준)에 54%에 이르는 사람이 ‘디스플레이/액정 해상도’라고 답한 것. ‘CPU(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꼽은 사람은 50%로 4% 낮았다. 결국 소비자는 해상도가 높은 화면을 쓴 대형 스마트폰일수록 성능이 뛰어날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추세는 5인치 스마트폰 열풍과 무관하지 않다. 시장조사기관과 스마트폰 제조사 발표치를 취합해 보면 지금껏 국내에서 팔린 5인치 스마트폰은 400만 대 조금 안 된다. 스마트폰 가입자가 3,000만 명을 넘어선 걸 감안하면 13%가 넘는 수준. 10명 모이면 적어도 1명 이상은 5인치 스마트폰을 들고 다닌다는 얘기다. 문제라면 400만 명에 가까운 5인치 스마트폰 사용자가 모두 만족하고 있는 건 아니다는 것이다. 1세대 5인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느끼는 불만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1 “화면 큰 건 좋은데 휴대성이…” = 5인치 스마트폰은 지상파DMB와 동영상은 물론 인터넷 웹서핑 등 다양한 콘텐츠를 큰 화면으로 즐길 수 있어 몰입도가 높다. 같은 해상도라도 글자 크기가 커지고 시인성이 높아져 잔글씨를 보기 어려운 중장년층이 쓰기에도 좋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8월 발표한 ‘2012년 상반기 스마트폰 이용실태’에 4050세대 스마트폰 사용자가 지난해보다 7.4% 늘어난 32.9%로 집계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 한 손으로 스크린 키보드를 쓸 경우 화면 끝까지 손이 닿지 않는다.](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2/10/19/02.jpg)
하지만 화면이 커진 만큼 이에 따른 문제점도 존재한다. 5인치 스마트폰 사용자가 꼽는 불편한 점 가운데 하나는 바로 제품을 한 손에 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중에 나온 5인치 스마트폰의 가로 길이는 대부분 80mm 내외. 이 정도면 여성은 물론 성인 남성도 한 손에 잡기 힘겹다. 손이 작은 사람이라면 양손을 다 동원해 스크린 키보드를 눌러야 한다.
부딪히거나 떨어뜨릴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덩치가 큰 탓에 가방에서 급하게 꺼내려다 떨어뜨려 화면이 파손되기 일쑤다. 물론 화면보호필름과 케이스를 더하면 충격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그렇지 않아도 휴대하기 버거운 5인치 스마트폰의 몸집을 불리는 결과를 낳는다.
#2 배터리 충전시간 ‘세월아 네월아’ =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온 소비자가 가장 불편하게 느끼는 건 바로 형편없이 짧아진 배터리 사용시간이다. 마케팅인사이트가 실시한 결과를 다시 보면 최근 6개월 내 스마트폰 구매자 5,3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인 58%가 배터리 사용시간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LTE 스마트폰은 사정이 더하다. LTE 스마트폰으로 반나절밖에 못 쓴다는 사람은 40%나 된다. LTE 스마트폰으로 하루 넘게 버티는 소비자는 절반이 채 안 되는 셈이다.
특히 5인치 스마트폰은 화면이 큰 데다 대부분 소비 전력이 높은 LTE 망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배터리 이용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아질 수 밖에 없다. 제조사들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배터리 용량을 2,000mAh 이상으로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배터리 용량이 높아진 만큼 충전 시간도 덩달아 늘어났다. 배터리 하나를 완전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대부분 2시간을 훌쩍 넘기며 일부 스마트폰은 3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
#3 성능 떨어지는데…전기 먹는 AP = 스마트폰 배터리 사용시간과 떼어놓을 수 없는 게 바로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성능이다. 작년까지 나온 5인치 스마트폰은 대부분 LTE와 3G망에 동시 접속하기 위해 LTE 통신칩과 연산 기능을 칩 하나에 담은 퀄컴 스냅드래곤 S3 AP를 썼다. 하지만 스냅드래곤 S3은 탑재할 수 있는 칩 개수를 줄일 대신 성능이 떨어진다는 게 흠이다. 무엇보다 45nm(나노미터) 공정으로 만들어 전력 효율이 떨어진다. 이런 문제로 5인치 스마트폰 뿐 아니라 1세대 LTE 스마트폰이 모두 성능 저하와 전력 비효율이라는 문제를 안게 됐다.
◇ 2세대 5인치폰 “한손에 잡히네?” = 이처럼 기존 5인치 스마트폰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면서 최근 나온 신제품은 휴대 편의성과 배터리 사용시간, 충전시간을 끌어올려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 9월말 나온 팬택 베가R3 역시 이런 2세대 5인치 스마트폰 가운데 하나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휴대성. 5.3인치에 이르는 화면을 달았지만 화면 가로 폭은 74.3mm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나온 5인치 스마트폰 중 가장 얇다. 한 손 조작이 가능할 뿐 아니라 휴대성도 높아졌다.
이렇게 화면 크기를 줄인 비결은 내로 베젤. 이준우 팬택 부사장은 “화면 테두리를 최소화한 내로 베젤 덕에 한 손으로 쓸 수 있을 뿐 아니라 제품을 손에 쥐었을 때 느낌도 좋아졌다”고 밝혔다. 또 샤프의 최신 LCD 패널인 내추럴 IPS 프로를 채택해 색감과 화질을 모두 높였다는 제조사 측 설명이다.
![▲ 고출력 충전기로 충전 시간을 1시간 이상 앞당겼다.](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2/10/19/031.jpg)
베가R3이 내세우는 건 또 있다. 바로 짧은 충전시간이다. 다른 스마트폰이 1A 내외 충전기를 쓰는 데 반해 베가R3은 고출력 2A 충전기와 고속충전설계를 적용해 완전충전 시간을 105분 안팎으로 줄였다. 경쟁 제품이 160분에서 180분 가까이 걸리는 걸 감안하면 1시간 이상 시간을 단축한 셈이다. 충전기에는 USB 단자 2개를 달아 스마트폰과 배터리를 동시 충전할 수 있다.
![▲ 스냅드래곤 S4 프로로 발열을 낮추고 성능은 극적으로 향상시켰다.](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2/10/19/04.jpg)
1세대 5인치 스마트폰의 고질적인 단점으로 지적되던 발열과 체감 성능 문제는 어떨까. 베가R3에 쓰인 퀄컴 쿼드코어칩인 스냅드래곤 S4 프로는 25nm 공정으로 만들어 발열이 낮고 내부 구조를 개선해 성능도 대폭 끌어올렸다. 국내외 벤치마크 결과에 따르면 쿼드런트 기준으로 7,600점 이상을 기록한다. 똑같은 쿼드코어폰이지만 갤럭시S3이나 갤럭시노트2를 크게 뛰어넘는 성능이다.
◇ 5인치 스마트폰 “이젠 편의성 경쟁” = 업계에선 지난해 말부터 불기 시작한 5인치 스마트폰 바람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물론 일본 샤프, 재팬디스플레이 같은 주요 국내외 업체가 3분기부터 5인치 스마트폰용 HD 패널 양산에 나선 게 좋은 증거다.
업계 전문가는 “5인치 스마트폰이 한국 시장에서 인기를 끈 것도 사실이지만 수치로 나타나는 성능 뿐 아니라 휴대성과 편의성 등 감성 품질에 대해 불만을 가진 잠재 소비자도 많다”며 “높은 성능을 기본으로 삼고 기존 제품의 단점을 공략할 수 있는 제품이 시장에 보다 많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