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딸 지수를 어린이집에 들여보내고 돌아오던 최장욱씨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밥은 잘 먹는지, 울지는 않는지, 친구들과는 잘 지내는지 궁금하지만 알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때까지 어린이집에서는 종이 알림장에 지수의 하루 일과를 기록해 보내왔는데 조금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들도 일일이 사진을 오려 붙이고 손으로 글을 써야 하니까 시간이 걸리겠다 싶었어요”
안철수연구소(현 안랩)에서 개발자로 5년간 일하다가 나와 2009년부터 휴대폰 장치드라이버 회사를 운영하던 최씨는 스마트폰에서 어린이집 알림장을 대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키즈노트`가 나왔다. 그날 있었던 일과 설명과 함께 사진이 실시간 전송된다. 점심과 간식도 사진으로 바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지수가 다니는 어린이집 원장을 설득해 6개월간 테스트를 해봤다. 학부모들로부터 갈채가 쏟아졌다. “정식으로 해보면 많은 사람이 편리하게 쓰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존 회사 지분을 정리하고 새로 창업했습니다” 잘 운영되고 있던 회사였지만 두 가지 사업을 하면서 키즈노트를 운영하기는 벅찼다.
그 길로 안철수연구소 시절 영업직에서 이름을 날리던 김준용씨를 찾아갔다. 곧바로 의기투합했다. 6개월 만에 전국 600개 어린이집에서 키즈노트를 도입했다. 인터넷으로 소문이 퍼져 호주 한인 어린이집 10곳도 키즈노트를 도입했다. 입소문을 타고 나간 키즈노트를 알아보는 투자사도 생겼다. 지난 7월 김범수 카카오의장이 출자한 케이큐브벤처스에서 3억원을 투자받아 앱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11월부터는 기능을 추가한 키즈노트를 출시하고 운영비조로 매월 이용 요금을 700원씩 받을 계획이다. 내년에는 포토북 제작사 스냅스와 제휴해 키즈노트에 올라온 사진을 묶은 앨범을 제작해 배포하는 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이다. 전국에 어린이집은 4만여곳이 있다. 최 대표는 “3년 안에 전국의 모든 어린이집이 스마트 알림장을 도입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