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가 한국시장 철수를 갑자기 결정하면서 200여명의 한국법인 임직원들은 졸지에 직장을 잃게됐다. 이 중 일부는 다른 국가 법인으로 옮겨가 새 일자리를 얻을 기회가 생길 수도 있지만 대다수는 하루아침에 실업자 대열에 속하게 됐다.
외국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본사의 상황에 따라 느닷없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걸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익히 인지하고 있지만 점점 그 폭과 행태가 심각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글로벌 IT기업들의 부침이 심해졌다는 걸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최근 노키아, 모토로라, HP 등이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그 여파가 한국법인에 대한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이들 기업은 한국에 진출한 지 수십년이 넘은 만큼 법인 규모도 크고 인력 수도 많았다. 국내 기업과의 비즈니스 관계도 다양해 협력사들도 여러 가지 불편을 감수해야하는 상황이다.
야후 구조조정은 아주 급속히 진행됐다. 지난 7월 부임한 마리사 메이어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석달도 안돼 일사천리로 한국시장 철수를 단행한 것이다. 15년이나 됐지만 인터넷 포털이라는 업종의 성격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글로벌 IT기업들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복지가 사각지대에 놓인다는 점이다. 본사가 있는 미국 등의 국가는 법제도가 뒷받침되고 고용시장이 탄력적이라 정리해고와 재취업이 손쉬울지 몰라도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결정은 본사가 본국의 기준으로 하지만, 남은 노동자들은 한국의 법과 제도에 따라 구제를 받거나 그렇지 못할 수 있다. 또 이들에 대한 재취업과 재고용에 관한 부담은 우리나라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글로벌 IT기업들을 앞다퉈 해외에서 유치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던 정부가 이들이 떠나고 난 다음 고통받게 될 우리 노동자에 대해서는 어떤 대책도 세우지 않고 손놓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