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마트기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반도체 및 부품업체들의 지형도도 재편되고 있다. 스마트폰 부품 중에서도 주력 분야에서 특화 기술로 시장 1위를 거머쥔 국내외 업체들이 주역으로 떠올랐다.
특히 국내 부품 업체들은 가격 대비 높은 품질로 유례없는 성장세를 맛보고 있다. 터치스크린패널(TSP),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등 핵심 부품 업체들은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여기에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맥심, 퀄컴, 브로드컴 등 글로벌 업체들은 자사만의 기술력으로 서로 다른 부품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삼성전자·애플을 비롯해 ZTE·화웨이 등 신흥 스마트폰 제조사들을 중심으로 국내 부품 업계의 수혜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과거 피처폰 업체들은 카메라, MP3플레이어, 터치폰 등 하드웨어(HW) 기능을 더해가며 부가가치를 올리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나 이런 기능들은 이미 보편화된지 오래다. 가격과 영업이익률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시장 포화에다 글로벌 금융 위기까지 겹치면서 위기감이 확산됐다.
휴대폰 제조사들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기회를 찾았다. 무엇보다 높은 평균판매가(ASP) 덕분에 부가가치는 기존 피처폰과 비교되지 않는다. 애플의 영업이익률은 30%에 달할 정도다. 불과 2년여 만에 휴대폰 시장은 스마트폰으로 재편됐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국내 부품 업계가 기회를 맞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일본이나 대만 업체들이 무시할 수 없는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부품 업체가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가격 대비 높은 품질 덕이다. 피처폰 시장에서 부품 업체들은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였지만 스마트폰의 경우 아직은 가격보다는 품질 경쟁이 대세다. 하지만 거대한 시장과 자본력, 원가 경쟁력으로 추격해 오는 중국과 대만 업체들이 기술력까지 확보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또 엔화가 하향 안정화 되면 기술력이 뛰어난 일본 기업들도 가격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여, 치열한 싸움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국내 부품 기업이 가야 할 길은 기술적 차별화와 시장 다각화로 요약된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진화해 가면서 새롭게 요구되는 기능에 대해 끊임없이 파악하고 미리 준비하는 것이 살아남는 방법”이라며 “차별화되고 선도적인 기술 개발이 선결 과제”라고 강조했다.
시장 다각화도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다. 현실적으로 국내 부품업체들은 거래선 다변화가 쉽지 않다. 특정 세트 업체의 공급 의존도가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1~2개 고객사의 실적 부침을 그대로 따라가는 불안한 경영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한국 스마트폰 기업들이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은 점유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하며 1~2개 세트업체만 거래하면 나머지 90%의 시장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스마트폰 시장이 더욱 성장했을 때 결실을 얻기 위해서라도 사활을 걸고 매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 수요 측면에서 본 전망은 여전히 밝다. 전 세계 스마트폰 수요가 경기 침체와 함께 성장률 정체에 빠졌지만 중국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중국에서만 스마트폰 1억2000만대가 팔리며 관련 부품 기업들도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하준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급속히 신장했던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이 내년에는 절반 수준으로 둔화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올 상반기에만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이 7200만대로 작년 1위인 미국(4800만대)을 크게 앞섰고 피처폰 대신 스마트폰 비중이 증가하는 것을 감안하면 시장 기회는 여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ZTE, 화웨이 등 현지 업체가 중국 시장에서 강세인 점도 부품 업계엔 긍정적이다. 국내 부품업체 가운데 파트론, 와이솔, 블루콤, 멜파스, 엠씨넥스 등이 ZTE,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스마트패드 시장도 관심 대상이다. 특히 스마트패드는 하락세를 걷고 있는 PC 시장의 구원투수로 부각되며 기존 PC 업체들의 강력한 투자를 바탕으로 규모를 키워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제품 효과와 가격 하락으로 스마트패드 시장은 스마트폰과 함께 내년에도 전년 대비 30%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폰 수요 확대에 따른 수혜 부품
(자료: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