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한 바구니에 안담은 실리콘밸리…PC 산업 침체에도 `안도의 한숨`

PC 산업이 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산업이 다원화된 덕분에 실리콘밸리 전체로는 큰 타격을 입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기기에 밀린 PC 산업은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IHS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PC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1% 줄어들면서 2001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대비 감소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피해는 실리콘밸리에 집중됐다. HP는 3분기 PC 판매 순위에서 처음으로 중국 레노버에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밀렸다. 지난 18일 PC용 칩 제조회사 AMD는 전체 15%인 1800명을 구조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인텔은 주가가 최근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는가 하면 시게이트, 웨스턴디지털 등 주요 PC 부품 업체들이 타격을 입었다. 실리콘밸리닷컴은 “10년 전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실리콘밸리 전체에 매우 큰 악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대란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실리콘밸리 산업군이 인터넷 검색, 소셜미디어, 건강관리, 컴퓨터 네트워킹, 통신 등으로 다원화되면서 이른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위험을 피했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특히 PC 관련 업체들이 PC 산업에만 목매지 않고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위험을 피했다. PC 산업의 한계를 인식하고 재빨리 변신에 성공한 애플 같은 기업이 화를 면했다는 평가다.

LSI로직은 디스크드라이브용 마이크로칩 외에도 비디오와 게임 콘솔용 칩을 판매하면서 위험을 분산시켰다. 칩 제조업체 맥심 인티그레이티드도 스마트폰용 칩을 생산하고 있다.

클릭어웨이라는 업체는 PC를 판매하지만 동시에 수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 릭 서덜랜드 CEO는 “최근에는 PC를 새로 구입하는 대신 수리해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롭 엔델 테크 애널리스트는 “PC가 실리콘밸리의 중심이던 시대는 갔다”면서 “지금은 대부분의 업체들이 사업군을 충분히 다각화해 외부 충격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