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기간이 석달도 남지 않은 700㎒ 주파수 대역 무선 마이크가 전자상가와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구입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아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정책 홍보에 너무 안이하다는 지적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가 내년부터 사용을 금지한 700㎒ 대역 무선 마이크가 용산전자상가·전자랜드 등 전기제품 집단상가와 일부 인터넷 쇼핑몰에서 아직까지 판매되고 있다. 일부 유통업자들은 재고를 처분하기 위해 정부 정책을 잘 모르는 구매자에게는 “더 싸다”며 700㎒ 대역 제품을 권하기까지 한다.
기자가 방문한 용산 상가에서 “무선 마이크를 구매하려고 하는데 제품을 볼 수 있냐”고 문의하자 상인이 보여 준 제품 3개 중 두 개가 700㎒ 대역 제품이었다. “정부가 내년부터 못 쓰게 한다고 들었다”고 하자 “실제 단속은 없을 거라서 전혀 상관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방통위는 내년 1월부터 700㎒ 무선 마이크 사용을 금지하고 내년 10월께 700㎒ 대역을 특정 사업자에 배치하는 로드맵을 준비 중이다. 단속 유예기간은 내년 10월까지다.
이 때문에 내년 10월 이후 700㎒ 대역 무선 마이크를 사용하면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고 생산·수입·판매하면 1년 이하 징역·500만원 이하 벌금의 형사처벌을 받는다.
문제는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석달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집단상가뿐만 아니라 G마켓·11번가 등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판매 상품으로 버젓이 등록돼 있다. 한 달 전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제품을 구매했다는 한 기업 구매팀 관계자는 “구매하고 나서야 내년부터 사용이 금지된 사실을 알았다”며 “회사 내부 행사용으로 구매해 자산 등록까지 했고 포장을 개봉해 환불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멀쩡한 제품이 `불법`이 되지만 대부분 사용자가 보상 받기는 어렵다. `무선국 허가·신고`가 없는 사업자는 정부의 손실보상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세사업자나 일반 기업이 700㎒ 대역 무선 마이크를 사용하기 전 허가를 받았을 리가 만무하다. 자사 제품에 한해 900㎒ 대역으로 보상 판매하는 제조업체도 있지만 극히 일부다.
대안으로 제시한 900㎒ 대역 할당 폭(현행 7㎒)이 기존 대역보다 5.5㎒ 적은 것도 문제다. 대역폭이 좁아지면서 혼선 등 품질 저하 가능성이 높아져 노래방 등에선 구매를 꺼릴 수밖에 없다.
국내 한 마이크 생산기업 관계자는 “현재 무선 마이크용으로 쓸 수 있도록 할당된 900㎒ 대역은 기존 700㎒에 비해 폭이 좁아 시장이 작아지는 꼴”이라며 “700㎒ 사용 금지 발표와 동시에 900㎒ 대역을 늘려야 지금과 같은 시장 혼란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올해 말까지 900㎒ 대역 무선 마이크용 주파수 폭을 12.5㎒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