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워셔 "공기도 씻는다더니…"](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2/10/22/20121023_airwasher_thumbnail1.jpg)
밀폐된 공간에서 난방기구를 이용하면서 공기가 건조해지는 겨울이 다가온다. 초음파 가습기는 소음이 적고 비교적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다. 하지만 물 안에 있는 나트륨이나 칼륨 등 미네랄이 공기 중에 퍼질 가능성이 있고 가열식 가습기는 전력소모가 높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휩쓸고 지나간 가습기 살균제 파동 이후 습기로 인한 세균 번식 위험이 없는 기화식(자연식) 가습기가 주목받고 있다.
기화식 가습기는 ‘에어워셔’라고도 불린다. 내부에 담긴 물통에서 디스크를 계속 회전시키면서 물이 스며들게 만들고, 가습기 안으로 들어온 공기가 디스크를 지나면서 이물질을 물통 안으로 가라앉히고 다시 물만 내보내는 방식이다. 2012년 10월 현재 240개 제조사에서 152개 제품을 내놓고 있으며 공통적으로 공기청정, 살균, 가습 기능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화식 가습기가 과연 가습뿐만 아니라 공기청정 효과까지 동시에 얻을 수 있을까. 광고만 보고서는 이런 사실을 쉽게 파악할 수 없다. 블로그 주부체험단 등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리홈의 기화식 가습기 ‘LNH-D510’ 광고 내용을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검증해 보았다.
◇ 겨울철 실내 공기 오염 정도는? = 이 회사가 웹사이트에 올린 제품 정보에서는 ‘더럽고 건조한 공기를 촉촉하고 깨끗하게 씻을 수 있다’고 홍보한다. 그렇다면 겨울철 실내 공기는 과연 얼마나 오염되어 있다는 것일까.
![▲ 겨울철 실내공기는 바깥 공기에 비해 오염물질 농도가 5배 이상 높아진다.](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2/10/22/021.jpg)
이에 대해 실내환경 전문가인 가천대학교 윤동원 교수는 “실내 공기의 오염물질은 먼지나 화학물질, 미생물은 물론 건축자재에서 유래된 것등 매우 다양하다. 외출했다 돌아올 때 옷에 오염물질이 묻어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 특히 겨울철에는 문을 닫아서 공기가 정체되기 때문에 바깥 공기에 비해 오염물질 농도가 5배 이상 높아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 공기청정기만큼 효과 얻기 어려워 = 그렇다면 기화식 가습기로 공기청정 효과를 얼마나 얻을 수 있을까. 윤 교수는 “기화식 가습기는 공기중에 포함된 오염물질을 물에 녹여서 가라앉히는 방식이며 오래 사용하면 수조 안에 담긴 물의 색깔이 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각종 필터를 이용해 공기를 걸러내는 공기청정기보다는 효과가 낮다”고 설명했다. 기화식 가습기는 가습이 주를 이루며 공기청정 기능을 일부 겸한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 기화식 가습기의 주 기능은 ‘가습 기능’이다.](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2/10/22/031.jpg)
“공기청정기는 한국공기청정기협회가 마련한 먼지제거·소음·탈취 등 각종 시험평가 기준을 만족시키면 ‘CA마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기화식 가습기는 공기 청정 효과의 효율을 측정·평가하기 어렵다. 가습 기능을 하는 미세한 물분자가 먼지와 혼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교수의 설명이다.
◇ 적정 습도는 50~60%를 유지해야 한다? = 다시 광고를 보면 ‘실내의 건조함을 자동으로 측정해 최적의 건강습도 50~60%를 유지한다’는 문구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윤 교수는 “실내 습도가 50~60%를 유지한다면 창문에 이슬이 맺히고 흘러내리는 등 오히려 더 불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겨울철 실내 습도는 15~20%가 될 수 있는데 피부가 건조해지는 등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를 35~40% 선까지 끌어올려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 실내 습도가 50~60%를 유지하면 오히려 더 불편할 수 있다.](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2/10/22/041.jpg)
환기도 실내 공기 질을 높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윤 교수는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면 오염물질의 농도를 낮추어 종합적 대책이 될 수 있다. 다만 건조한 외부 공기가 들어와서 실내 습도는 낮아진다. 이 때 낮은 습도를 올려주는 가습기가 필요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성능에 대한 증거가 없다? = 이 제품은 ‘건강가습과 공기청정을 동시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지만 공기청정 기능이나 가습 성능에 대한 인증서나 마크, 공인된 시험 기관의 시험 성적서는 제품 관련 내용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오염된 공기를 물을 이용한 필터로 깨끗이 씻는다’라는 말만 믿고 제품을 사야 하는 셈이다.
이와 같은 문제는 이 제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공기청정기 관련 성능 시험을 진행하는 한국공기청정기협회(www.kaca.or.kr) 관계자는 “협회에서 공기청정기 성능 관련 인증 마크인 ‘CA마크’를 발급할 수 있는 제품은 미세 입자를 걸러낼 수 있는 헤파(HEPA) 필터를 장착한 제품뿐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협회에서 가습기 관련 인증 업무도 수행하고 있지만 이것은 가습 용량에 대한 인증이며 공기청정 효과나 항균 효과와는 전혀 연관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현재 ‘에어워셔’로 불리는 자연식 가습기 관련 국가 표준이 없고 인증을 수행할 기관도 없다. 공기청정기·가습기 인증을 동시에 받은 제품도 10개가 채 안되는 상황이다. 기화식 가습기의 공기청정 능력을 검증하려면 현재로서는 각종 시험 평가 기관의 시험 성적서를 참조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