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없어도…오래된 사진 '나홀로 스캔중?'

벤큐코리아 CP100은 A4 크기 서류나 사진을 스캔해서 파일로 저장할 수 있는 휴대용 스캐너다. PC와 연결해서 쓸 수 있을 뿐 아니라 PC 없이도 SD카드에 결과물을 곧바로 저장할 수도 있다. 명함이나 신분증처럼 크기가 작은 서류도 손쉽게 스캔할 수 있어 편하다. 컨슈머저널 이버즈(www.ebuzz.co.kr)가 직접 써보고 스캔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화질은 어느 정도인지 꼼꼼하게 따져봤다.

PC 없어도…오래된 사진 '나홀로 스캔중?'

◇ 접이식 우산과 크기 비슷, 조작 간편해 = 제품 크기는 가로 269mm, 세로 44mm. 접이식 우산보다 조금 큰 정도다. 덕분에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서랍 안에 간편하게 보관할 수 있다. 물론 휴대성은 확보한 대신 충전식 배터리나 건전지를 쓸 수 없는 점은 조금 아쉬울 수 있다.

스캐너를 보면 보통 버튼 3~4개는 기본이다. 하지만 실제로 자주 쓰는 버튼은 전원 버튼이 전부다. 작업 대부분은 그래픽 프로그램이나 문서인식 소프트웨어로 처리하기 때문. 스캐너 버튼보다는 마우스에 더 손이 많이 간다.

CP100은 조작 버튼을 전원 하나로 확 줄였다. 어떤 버튼을 눌러야 할지 혼란스러운 기존 스캐너보다 간편하다. 당연히 조작도 쉽다. 전원을 끈 상태에서 누르면 전원이 켜진다. 반대로 길게 누르면 전원이 꺼진다. 스캔 받을 해상도를 바꾸고 싶을 때에는 전원 버튼을 누르면 된다. LED에 녹색이 켜져 있으면 300dpi, 빨간 색이 들어오면 600dpi로 스캔한다. 사진이나 문서는 보통 300dpi로 스캔해도 화질을 유지할 수 있다. 이 점을 감안하면 전원을 넣고 끄는 것 외에는 거의 건드릴 필요가 없다.

PC 없어도…오래된 사진 '나홀로 스캔중?'

PC와 스캐너를 연결하는 USB 케이블은 미니 타입이다. 디지털카메라나 메모리카드 리더에 쓰던 케이블을 그대로 끼워도 잘 작동한다. 사진을 저장하는 메모리카드는 본체 뒤에 꽂는다. 지원 메모리카드는 SD카드 외에 MMC, xD카드, 메모리스틱 4가지다. FAT이나 FAT32 형식으로 초기화한 메모리카드를 쓸 수 있고 남은 용량이 1MB 이하로 떨어지면 LED가 깜빡이면서 더 이상 스캔이 불가능하다. 이럴 때에는 메모리카드를 비우거나 용량이 충분한 메모리카드로 바꿔 끼워야 한다.

◇ A4 1장 20초만에 스캔, 운용체계 안 가린다 = 설치 방법은 간단하다. 본체에 SD카드 같은 메모리카드를 끼운 다음 어댑터와 USB 케이블을 연결하고 전원만 넣으면 된다. USB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아도 스캐너 기능을 활용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메모리카드는 반드시 연결해야 한다. 스캔한 서류나 사진을 PC로 바로 전송하는 게 아니라 메모리카드에 먼저 저장하기 때문이다. 물론 홈페이지를 통해 따로 제공하는 윈도용 프로그램인 ‘스캔투PC’를 이용하면 메모리카드 대신 PC로 사진 파일을 저장하게 설정할 수도 있다.

PC와 연결하면 CP100은 이동식 저장장치로 인식한다. 윈도7 같은 최신 운용체계를 쓰고 있다면 드라이버를 따로 설치할 필요가 없다. 요즘 사용자가 부쩍 늘어난 애플 OSⅩ이나 리눅스 같은 운용체계에서도 잘 된다. 곧 출시할 윈도8에서도 드라이버 호환성 탓에 골머리를 앓을 필요가 없다.

전원 스위치를 누르면 초기화 과정을 거친 뒤 전원 버튼 아래 LED에 녹색 불빛이 들어온다. 메모리카드를 읽고 쓰거나 스캔을 진행할 때에는 LED가 깜빡이면서 사용중임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쓴 뒤 5분이 지나면 저절로 전원을 꺼서 전력 소모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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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 방법도 설치만큼 간편하다. 전원 버튼을 눌러 300, 600dpi 가운데 원하는 해상도를 고른 다음 스캐너 왼쪽으로 원본 문서가 정렬되도록 용지 가이드를 조절하면 된다. 스캔할 문서를 밀어 넣으면 자동으로 스캔 작업을 시작한다. 명함이나 신분증처럼 크기가 작은 문서는 왼쪽 표시된 곳에 원본을 밀어 넣으면 된다. 문서 원본이 스캐너를 모두 통과한 뒤에도 자체 처리 과정에 10여 초 가량 시간을 더 쓴다. 결과물은 JPEG 파일 형태로 저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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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 속도는 얼마나 걸릴까. 명함과 A4용지, 4×6배판 사진을 준비해서 스캔 시간을 재봤다. 문서 원본을 넣고 메모리카드에 완전히 저장을 끝내 LED가 깜빡거리지 않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스톱워치로 쟀다. 300dpi 기준으로 A4 용지는 20초, 흔히 쓰이는 4×6배판 사진은 14초 걸린다. 문서 원본 크기가 작고 해상도가 낮을수록 스캔 시간은 짧아진다. 300dpi라고 해도 인터넷에 올릴 용도로는 충분하기 때문에 600dpi 해상도는 정말 중요한 문서나 사진에만 써도 무방하다.

◇ 사진 보호용 덮개 기본 제공, 유지보수 쉬워 = 필름으로 찍은 사진을 스캔할 때 문제가 되는 건 인화지 표면 재질이다. 인화지는 보통 사진 현상에 쓰이는 약품이 종이까지 스며들지 않게 수지(레진) 코팅을 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 코팅한 재질이 끈적끈적해서 주위 먼지나 지문이 더 잘 달라붙는다는 것. 그 탓에 스캐너 표면을 청소해도 원본 사진에 먼지가 묻기 일쑤다. 보관 상태가 좋지 않아서 말리거나 울퉁불퉁해진 사진은 스캐너로 스캔해도 좋은 결과물을 얻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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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100은 스캔할 때 사진을 넣을 수 있는 틀인 플라스틱 실드를 더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플라스틱 커버 실드를 벗긴 다음 사진을 넣고 스캔하면 사진에 먼지나 이물질이 달라붙는 걸 막을 수 있다. 말리거나 구겨진 사진으로도 쓸만한 결과물을 얻을 확률도 높아진다.

문서 원본을 복사기처럼 유리 위에 얹는 플랫배드 방식 스캐너는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대신 사진을 읽어들이는 센서가 오염될 확률이 낮다. 먼지나 이물질이 센서 위 유리에 붙으면 이를 닦아내기만 하면 되기 때문. 반면 CP100처럼 문서 원본과 센서가 맞닿는 방식은 스캐너가 차지하는 공간을 쉽게 줄일 수 있지만 이물질이나 먼지가 센서에 달라붙을 경우 청소하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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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이물질이 센서에 달라붙으면 스캔한 결과물에 세로줄이 그어지거나 얼룩이 나타나기도 한다. CP100은 이런 문제를 막을 수 있게 센서 청소도구를 기본 제공한다. 스캐너 전원을 끈 상태에서 얇은 막대에 헝겊을 붙인 청소도구를 밀어 넣고 5~6번 훑은 다음 꺼내면 된다.

스캔 결과물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또 있다. 스캐너를 오래 쓰다 보면 내장 센서가 오작동을 일으켜 초점이 흐려지거나 가로세로 줄이 그어지기도 한다. CP100은 이럴 때 쓸 수 있는 센서 보정용 카드를 따로 제공한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전원을 켠 다음 화살표 방향을 따라 그대로 밀어 넣기만 하면 된다. 스캐너가 카드 왼쪽 위에 그려진 패턴을 인식해 저절로 센서를 보정해 준다.

◇ 이버즈 총평 | 十行俱下 = 디지털카메라 화소수가 100만 화소를 채 넘기지 못했을 때만 해도 사진이나 필름을 스캔 받아 저장하는 스캐너가 제법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콤팩트 디지털카메라 성능이 좋아진데다 스마트폰도 국내에만 3,000만대 이상 보급되면서 스캐너가 설자리는 급격히 좁아졌다. 심지어 1회용 카메라도 자리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물론 스캐너는 요즘도 문서와 명함, 증명서 등 종이 서류를 관리해야 하는 곳이라면 한 대쯤은 반드시 갖춰야할 장치로 꼽힌다. 보험사처럼 대량으로 문서를 스캔해야 하는 사무실에서는 양면 스캔이 가능한 고성능 제품을 쓰기 마련이다. 하지만 소규모 사무실에서는 구입하기 버겁다. 스캔 기능까지 갖춘 복합기도 있지만 조작 방법이 의외로 복잡한 것이 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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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100은 열 줄짜리 글을 단번에 읽어 내린다는 십행구하(十行俱下)라는 고사처럼 A4 문서는 20초, 명함은 12초만에 저장할 뿐 아니라 사용방법도 간단하다.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간단하게 치워둘 수 있어 공간을 아끼기도 좋다. 스캐너는 복잡하고 공간만 차지하는 물건이라는 인식을 바꿔줄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