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해당하는 인프라를 단기간에 이루어냈다. 특히 초고속 인터넷을 필두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와이맥스(WiMAX)를 비롯해 롱텀에벌루션(LTE) 서비스 등 무선 인터넷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와 함께 단시간에 스마트폰이 많이 보급될 정도로 국민이 정보기술(IT)에 관심이 많고 거부감도 적어서 다른 모든 나라에서 부러워하는 환경을 갖췄다.
이를 놓고 우리는 스스로를 세계 IT 강국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이에 걸맞게 세계적인 소프트웨어(SW)와 서비스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안타깝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가만히 안을 들여다보면 `IT 강국`이라기보다는 사실 `IT 인프라 강국`이며, 사용자 가운데 얼리어답터가 많은 `IT 소비 강국`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왜 우리는 이러한 IT SW 강국이 되지 못했을까. 그동안 벤처 열풍으로 많은 신생 SW 벤처가 태어나고 사라져갔다. 그 와중에 우리나라에서는 SW 산업이 노동집약형 산업의 형태로 굳어진 것 같아 아쉽다. SW 기술자는 경력 근무 기간에 따라 수준을 정하고 그에 따라 임금을 매겨 지불하는 산업구조가 돼 있는 것이다. 창조의 가치는 인정이 되지 않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현재 이런 산업 환경 탓에 SW 산업을 3D 산업으로 여겨 우리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것이다. 다른 산업 분야보다 낮은 임금 수준과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이어지는 강한 노동 강도, 그리고 특히 상대적으로 짧은 기술 생명 주기 탓에 미래가 불안해 젊은이들이 SW 산업을 피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창의적인 SW 개발 욕구를 떨어뜨리고 벤처의 도전정신을 잃어버리게 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R&D) 지원도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SW 산업에 종사하는 한 지인은 정부 R&D 지원을 마다했다고 한다. 연구개발 지원도 중요하지만 그 예산을 받지 않더라도 수요자가 SW를 제값 주고 구매하는 분위기만 만들어주면 SW 업계가 살 만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도체가 제조업에 쌀과 같은 역할을 했다면 SW는 미래 산업에 없어서는 안 되는 쌀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예측하고 있다. 특히 기존의 굴뚝 산업과도 융합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SW는 필수 요소다. 이러한 융합 환경에는 IT를 중심으로 하는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정신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책 입안자들은 IT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에 맞는 각종 새로운 정책을 준비한다고 한다. 특히 소규모 벤처 창업을 격려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SW 산업은 어찌 보면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없는 나라가 키워야 할 중요한 산업 분야다. 사람이 곧 자원이며 부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일자리 창출과 업적 위주로 만드는 정책은 지양했으면 한다.
차기 대선 정책 입안자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SW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세계 기준에 부합하도록 보완하거나 개선하기를 바란다. 또 IT SW 환경의 선순환적인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장기적인 정책을 세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우리 젊은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미래에 한국의 스티브 잡스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갖춰 주길 바랄 뿐이다.
박능수 건국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neungsoo@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