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미니에 외려 애플 주가 하락, 왜?

소비자들과 업계의 큰 관심을 모았던 아이패드 미니가 전격 발표되었지만 애플의 주가는 외려 떨어졌다. 외신들은 아이패드 미니가 월스트리트에 별다른 인상을 주지 못했다며 그 이유로 기대보다 높은 가격대 때문에 판매가 잘 될지 투자자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23일(현지시각)워싱턴포스트는 “아이패드 미니는 애플의 창조적인 욕구가 아니라 시장과 소비자에 맞춰 설계된 제품”이라며, “애플의 아이패드 미니 가격 정책 발표 직후 애플 주식 매도가 빗발쳤으며 애플 주가는 3.3% 가량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아이패드 미니에 외려 애플 주가 하락, 왜?

3.3%라고 해도 20달러 이상 내려간 것이며 이날 애플 주가는 613.36달러에 마감되었다. 지난 9월 21일 최고치를 기록했던 705.07달러에 비하면 약 14% 하락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스티브 잡스가 ‘미니 태블릿PC는 사포로 써야 할 것“이라며 조롱했던 것처럼 애플은 미니 태블릿PC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보급형 제품에 대한 시장과 소비자들의 관심과 경쟁 압력에 떠밀려 아이패드 미니를 내놓았다는 것이다.

킨들파이어, 구글 넥서스7 등 보급형 제품들이 확산되면서 애플의 태블릿PC 시장을 잠식해 왔다. 애플의 태블릿PC 시장 점유율은 2010년 80% 이상이었지만 현재는 60%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이 보급형 태블릿PC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아이패드 미니는 최하 329달러로, 구글이나 아마존 등의 경쟁 제품과 비교해 60~110% 이상 비싸다. 아마존 킨들파이어는 최하 159달러에 구매할 수 있으며 7인치 킨들파이어 HD(16GB)는 200달러에, 구글 넥서스7은 250달러(16GB)에 판매되고 있다.

애플의 주가 변동 추이 (이미지 출처 : YCHARTS)
애플의 주가 변동 추이 (이미지 출처 : YCHARTS)

아이패드 미니는 9.5인치 아이패드보다 약간 크기가 작은 7.9인치 디스플레이며, 다른 미니 태블릿PC들의 7인치 스크린보다 넓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점이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시장 위치에 놓이게 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마리츠 리서치의 테크 애널리스트인 마이클 앨런슨은 워싱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아이패드 미니 구매자층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 어렵다”고 말했다. “누가, 무엇을 위해 아이패드 미니를 구매할지 의문스러우며 아이패드 미니는 충분한 차별성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3세대 아이패드인 뉴아이패드를 7개월 만에 단종시킨다는 것도 일부 소비자들의 실망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뉴아이패드 구매자들은 7개월 만에 499달러 이상을 애플에 기부한 셈이다.

포브스 역시 “투자자들의 예상보다 높은 가격대에 발표되었다”며 “투자자들은 아이패드 미니 판매 실적을 위해선 애플이 좀 더 공격적인 가격대를 적용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3분기 아이패드 판매가 월스트리트의 예상보다 낮았다는 점 역시 애플의 주가 하락의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9월 분기 아이패드가 1800만대 판매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판매는 1600만대다. 이 200만대의 아이패드 판매량 차이는 매출로는 10억달러, 수익은 주당 20센트에 이른다.

LA타임스는 “애플 아이패드 미니의 가격대는 250~300달러일 때 경쟁력을 오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즈호시큐리티의 투자자 노트를 인용 보도했다.

그러나 모든 투자 분석가들이 부정적이진 않다. 아이패드 미니에 대해 긍정적인 투자자들은 애플의 지속적인 프리미엄 전략과 아이패드 미니의 뛰어난 스펙을 꼽고 있다.

스티브 밀러노비치 UBS 애널리스트는 “4인치와 10인치 사이의 간극을 메꿀 제품”이라고 평했으며 마크 모스코비치 JP모건 애널리스트는 “249달러로 예상했던 가격대보다 높지만 기본 스펙도 예상을 뛰어넘는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재니 캐피털의 애널리스트인 빌 초이 또한 “애플이 안드로이드의 미니 태블릿PC와 가격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며 “애플은 프리미엄 제품 정책을 유지해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토페카 캐피털의 브라이언 화이트 애널리스트는 “A5 프로세서, 아이패드2와 동일한 해상도를 가진 아이패드 미니가 이번 홀리데이쇼핑 시즌에서 인기를 모을 것이며 12월 분기에만 500만~700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내다봤다. 제퍼리의 피터 마이세크 애널리스트도 “올해 크리스마스에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일 것”으로 말했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