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새로운 놀이터, `빙글`

디씨인사이드·클리앙 등 특정 주제를 놓고 게시판에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재미있는 사진을 올리는 게 인터넷 문화로 자리 잡았다. 내용을 편리하게 확인하고 주제도 관심사까지 넓힌 사이트가 나와 게시판 문화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빙글(대표 문지원·호창성)이 운영하는 사이트 `빙글(vingle.net)`은 기존 게시판 위주 사이트와 트위터·페이스북 이후 등장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중간자를 자처한다. 사이트에 방문해 보면 가장 먼저 `핀터레스트` 같은 큐레이션 서비스를 떠올린다. 각 게시물마다 이미지가 맨 앞 장에 나오기 때문. 하지만 내용을 보면 사용자의 다양한 관심사와 정보가 넘쳐난다. 제목과 이미지를 함께 보기 때문에 좀 더 직관적으로 내용을 판단할 수 있다.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자전거` 정보가 궁금해 목록을 클릭했다. 색깔이 예쁜 자전거, 특이한 체인, 기어는 물론 탈 때 헬멧착용에 관한 법안 발의, 자전거 보관법 등 다양한 정보가 한 눈에 들어온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과 사진과 내용을 공유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문지원·호창성 공동 창업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비키(Viki)`라는 동영상 자막 제작 사이트를 만들어 유명세를 탄 부부다. 음지에서 영화·드라마 비디오클립에 자막을 씌워 돌려보던 문화를 바꿨다. 아예 영화·드라마 제작사 등과 계약해 콘텐츠를 합법적으로 사이트에서 제공하고, 자막 만드는 사람들도 좀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만들었다.

비키 성공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또 다시 창업했다. 빙글을 만든 이유는 단순했다. “어른들이 더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 주고 싶다”는 것. 문 대표는 “성인들이 모여서 노는 게시판은 B급 문화가 주류를 이루는 데 비키에서 그랬던 것처럼 교양·지식을 나누는 사이트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용자도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다. 전 세계의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할 수 있는 장(場)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목표다. 한국에 있는 연구개발(R&D)센터 직원도 절반은 외국인으로 꾸렸다.

빙글은 11월 한 차례 사이트를 개편한 후 이용자 모집에 주력할 계획이다. 호 대표는 “아직 수익모델은 없지만 사람들이 재미를 갖고 모이면 수익을 내는 방법도 여러 가지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설립한 케이큐브벤처스로부터 5억원을 투자 받았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