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들은 무역을 오랜 시간 연구해왔으며 무역에 대한 동일한 두려움이 세대마다 되풀이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무역이 일자리를 파괴하고 실업을 야기하며 소득을 감소시키고 무역수지 적자가 한 국가의 부를 외부로 내보낸다는 주장은 언제나 존재했다. 경제학자에게는 역사와 경험에 의해 여러 차례 반박된 경제적 오류다.”
미국 다트머스대 경제학과 교수이자 케임브리지대학교·WTO 사무국이 공동 발행하는 `월드 트레이드 리뷰` 편집자인 더글러스 어윈은 자유무역이 가져다주는 명백한 실제적 이익에도 불구하고 자유무역이 공격받는 현실을 개탄한다.
어윈에 따르면 지난 수십년간 자유무역의 확산으로 국가 간 교역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자유무역 참여 국가에 수많은 이익이 돌아갔다.
“무역으로 인한 소득 증가는 단지 물질적 측면에서 보다 많은 재화를 소비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의약품과 식량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가치 있다. 자유무역과 소득의 증가는 사람들에게 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양질의 보건, 교육, 기술을 제공한다.”
그러나 자유무역에 대한 공격은 현재진행형이다. 자유무역의 천국일 것 같은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은 최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보호무역주의가 나타나는 곳은 미국이다.
자동차산업에 보조금 지급을 이유로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가 하면 중국 태양광업체에 최고 249%에 이르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 안보를 위협한다는 교묘한 이유를 들어 중국 통신장비업체의 미국 시장 활동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자유무역의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는 미국에서 선거기간을 틈타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하는 현상은 아이러니하다.
어윈은 “미국이 개방된 세계무역체제라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다른 국가도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의 보호주의 성향을 비판했다.
선거를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해 보호무역을 강조하는 일이 흔히 있다. 그러나 국민의 이익을 위한다는 정책이 오히려 국민의 이익을 해치는 경우도 흔히 있다. 이 책은 자유무역과 보호무역 가운데 어떤 정책이 진짜 국민을 위한 정책인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명쾌한 답변을 줄 것이다. 경제학 교수가 쓴 책답게 다소 딱딱한 맛이 있지만 엄밀하고 탄탄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어 오히려 신뢰가 간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더글러스 어윈 지음. 최낙일·최용재 ?김. 시그마북스 펴냄. 1만5000원.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