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에서 시작된 스마트 혁명은 다양한 콘텐츠·애플리케이션 이용이라는 차원을 넘어 행정을 포함한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큰 변화를 주었다. 199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국가정보화는 행정, 비즈니스 세계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했다.
최근 정보화 기술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융합(컨버전스)인데 이는 일반적으로 `두 요소 융합으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新種) 사업 창출` 또는 `서로 다른 맥락의 개념이나 사물이 결합돼 산술적인 집합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제공하는 경우`로 사용된다.
미래 정보화 환경의 핵심 기술은 집적화·내재화·모바일화에 의한 컨버전스 혁명이 일어나고 궁극적으로는 지능화로 진행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예측이다. 지능화된 사물에 의해 인간에게 자동으로 정보가 제공되는 사회와 사물 간 자율적인 상황인식을 통해 인간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인간에게 편리한 정보가 제공되는 `사람 중심적 정보화` 세계가 도래한다고 본다.
IT 생태계는 기존 수직·폐쇄적 구조에서 융합형·확장형·개방형으로 전환되고 있다. 융합형 생태계는 IT산업이 다른 산업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정보화의 효용을 다양한 분야에 구현하여 산업 콘텐츠를 강화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기능자로서 역할을 한다. 확장형 생태계는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 수요가 증대함에 따라 콘텐츠 제공자 교섭력이 확대되고 있다. 콘텐츠와 단말기 사업자가 더 많은 콘텐츠를 유인하기 위한 시도로 플랫폼이 네트워크에서 독립해 단말기와 플랫폼 등 다른 부문으로 분산되고 있다. 즉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단말기 부문 사이의 수평적 협력과 경쟁을 통한 생태계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확보가 중요해지고 이용자 선호가 스마트 단말기 위주로 변화함에 따라 개방형 생태계 구조가 강조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변화에 따라 정부 기능도 다양한 방식으로 융합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프라인시대에서 정부 관리 원칙은 주어진 목표를 제도화된 규칙을 통해 합리적으로 달성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중앙집권화된 관료조직을 바탕으로 표준화되고 획일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료적 행정 패러다임에 입각했다. 컨버전스 혁명은 정부 기능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면서 전자정부 진화를 촉진해 왔다. 전자정부는 컨버전스적 사고 전환을 반영하는데, 단순히 정부 기능을 전자공간에 이식한다는 개념을 넘어 물리적 정부 기능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고도화되고 진화돼야 한다. 부처별로 나뉜 기능 프로세스는 전자정부 안에서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정보의 흐름이 굴절 없이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컨버전스 정부는 정부 서비스의 수용자인 국민과 공급자인 공무원이 언제 어디서나 전자정부에 접속해 민원 서비스를 제공받거나 업무 처리를 할 수 있는 정부다. 즉 오프라인 정부와 온라인 정부를 합친 광의 개념으로 컨버전스 정부가 구현되는 서비스 구도는 모든 곳에서 접속 가능한 체제, 빠른 상시 접속과 쉽고 편리하며 지능화된 서비스체제, 온·오프라인이 연계되고 자연스러운 사용이 가능한 서비스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미래 전자정부는 정부의 투명성 요구, 책임성 강화, 일하는 방식의 변화, 새로운 형태의 정책형성 및 법률 집행, 프라이버시 패러다임의 변화, 새로운 대항세력의 등장과 네트워크 정부 및 지능형 정부에 대한 사회적 변화 요구에 대해 준비하고 고민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컨버전스 정부는 참여와 소통을 보장할 수 있는 민주적 거버넌스의 구축이 핵심이다. 그러나 단순히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한다고 해 한순간에 컨버전스, 전자정부로 변신하는 것은 아니다. IT가 어떠한 부문에서 변화 요인과 작용하고, 이로 인해 새롭게 야기되는 상황변화에 대한 예측, 즉 변화 트렌드 분석을 바탕으로 미래 국가정보화에 대한 모습을 그려보고 담아야 하는지에 대한 전략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김영미 상명대 교수(미래IT강국전국연합 공동대표 young@sm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