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아마존의 `절세 꼼수` 제동…EC "글로벌 IT기업 세금 더 내라"

유럽 지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애플·아마존 등 글로벌 IT기업의 `절세 꼼수`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이들 기업은 유럽 전역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부가가치세(VAT)를 줄이기 위해 세율이 현저히 낮은 룩셈부르크·프랑스 등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 해당 국가에 세금을 납부해왔다. 그러나 최근 유럽위원회(EC)가 이 같은 관행에 철퇴를 내리기 위해 조세회피국이 되고 있는 국가의 세금율을 높이기로 결정했다.

25일 가디언에 따르면 EC는 룩셈부르크 정부가 징수하고 있는 디지털 서비스 콘텐츠 VAT를 30일 이내에 현행 3%에서 15%로 높이도록 행정 명령했다. 명령을 받은 룩셈부르크는 한 달 이내로 이행해야한다.

EC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결정적 이유는 아마존, 애플 아이튠즈, 스카이프, 넷플릭스 등 룩셈부르크에 유럽 본사를 둔 글로벌 디지털 서비스 업체들의 꼼수 때문이다. 룩셈부르크는 VAT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법인세율이 최저 수준이어서 페이퍼컴퍼니 근거지로 유명하다.

이 주 초 아마존은 영국에서 전자책 콘텐츠를 판매하면서 현지 법인세율 20%를 출판사들에게 전가했다. 그러나 실제 룩셈부르크에 법인세를 낼 때 적용된 세율이 3%인 것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샀다. 전자책이 10파운드에 팔린다고 가정하면 아마존은 출판사로부터 2파운드를 수수료로 받은 뒤 0.3파운드만 룩셈부르크에 법인세로 내고 나머지 1.7파운드를 고스란히 가져갔다.

애플 아이튠즈도 마찬가지다. 아이튠즈를 통해 판매되는 음악, 동영상, 애플리케이션 등의 판매 대금을 룩셈부르크에 납부한다. 룩셈부르크 자회사에서 일어나는 매출은 1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즈는 “애플이 세금 회피에도 파격적인 혁신을 선보이고 있다”며 비꼬았다. 이 외에도 룩셈부르크에는 한국 게임업체 넥슨을 비롯해 스카이프, 이베이, 페이팔, 카밤 등 글로벌 IT기업 유럽 본사가 위치해 있어 VAT로 내야하는 세금을 상당부분 줄였다.

룩셈부르크는 11월 말까지 EC의 행정명령 이행을 결정해야 하며 불복할 경우 유럽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다. 그간 룩셈부르크는 인프라 투자를 통해 글로벌 IT 기업의 유치에 공을 들였다. 근접한 다른 유럽국가보다 낮은 법인세와 VAT 등 각종 세제 혜택을 주고 정부 담당자가 기업에 직접 법률 조언을 해주는 등 기업 친화적인 정책들로 차별화를 뒀다.

VAT 논란은 프랑스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EC는 지난 7월 룩셈부르크와 함께 프랑스에 대해서도 VAT 조사에 들어갔다. 프랑스도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법인세율이 7%로 상당히 낮은 편이다. 타 국가로 번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특히 법인세율이 상당히 낮은 아일랜드 등도 좌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EC는 유럽연합(EU) 27개국이 각각 독자적 법률을 제정해서는 안되며 만장일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원칙을 들어 룩셈부르크와 프랑스를 압박해 이들 국가 VAT를 유럽 평균으로 끌어올릴 전략을 세우고 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