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댓 살쯤 돼 보이는 아이들이 한 무리 모여 있다. 어수선할 법하지만 모든 아이가 숨죽이며 반짝이는 눈망울로 한곳을 쳐다본다. 평소 보기 힘든 모습이다.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주인공은 바로 사람 크기만 한 여러 종의 로봇이다. 무대 위 로봇들은 말하고 움직이며 연기를 선보인다. 아이들은 악당 로봇이 주인공 로봇을 핍박할 때는 안타까움을 나타내다가 상황이 역전되자 환호성을 지른다.
로보월드 2012 전시장 지능형 로봇서비스 산업지원관의 풍경이다. `로봇랜드의 전설`이라는 제목의 로봇 애니 뮤지컬이 매 시간 진행된다. 로봇 전문기업 이산솔루션이 기획했다. 이원식 영화감독·정진미 작가 등 쟁쟁한 문화 콘텐츠 전문가가 참여했다. 이 공연은 새로워진 로보월드 2012 전시회 컨셉트를 대변한다.
지식경제부가 주최한 로보월드 2012가 25일 일산 킨텍스 제2 전시장에서 나흘 일정으로 개막했다.
전시회는 최첨단 로봇과 풍성한 콘텐츠로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개막식에 로봇 `키보`가 사회자로 깜짝 등장했다. `강남스타일` 음악에 맞춰 22대 로봇이 말춤 군무를 선보이는 장관도 연출했다.
주최 측은 로봇을 만지고 작동할 수 있는 체험관을 마련해 우리 삶 속에 파고든 로봇을 집중 조명했다. 국내외 145개 로봇기업이 433부스로 참가해 제조업 로봇·서비스 로봇 및 부품을 전시했다. 로봇 SI·로봇 디자인·자동화·CAD/CAM 등 다양한 품목으로 외연이 확대됐다.
참가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첨단 신제품을 선보였다. 퓨처로봇은 3차원 동작인식 기술을 적용한 안내 로봇 퓨로S를 최초로 공개했다. 퓨로S는 인식률과 거리 판단 성능이 대폭 개선됐다. 고급 구동 모터를 장착해 동작 정밀도가 높아졌고, 노이즈를 최소화해 음성 성능도 두 배 이상 좋아졌다.
전자부품연구원은 굴삭기에 로봇 기술을 적용한 원격 모니터링·제어시스템을 선보여 주목을 끌었다. 굴삭기에 카메라 등 각종 센서를 장착해 원격으로 극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첨단 중장비다. 안산에서 분당까지 약 34㎞ 떨어진 곳에서도 사람이 시뮬레이터로 무인 기기를 조종할 수 있다.
국산 로봇 부품도 주목을 끌었다. 로보티즈는 고급 액추에이터 모듈 다이내믹 셀을 공개했다. 다이내믹 셀은 로보티즈가 국방 등 전문 서비스 로봇 시장 진출을 위해 개발한 제품이다. 기존 액추에이터 모듈보다 출력을 20배 높였다. 미세 감지 능력은 100배 좋아졌다. 전류 기반 컨트롤로 정확한 제어가 가능하다.
강감찬 지식경제부 로봇산업과장은 “로봇을 잘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품으로 상용화하기 위해 콘텐츠 경쟁력을 더 높여야 한다”며 “여러 로봇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동할 수 있는 통합 기술 수준을 높이고 시장 창출을 위한 시범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