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115개 대기업의 동반성장 추진 실태를 조사해보니 전체의 87.8%가 동반성장 전담 조직을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조사 당시보다 14.8%포인트(P)나 증가했다고 한다. 동반성장 추진 실적을 임직원 인사평가에 반영하는 곳도 79.1%로 지난해(53.9%)보다 크게 증가했다. 납품단가 후려치기도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하도급 계약서에 원자재 가격, 환율 변동 등 조정 근거와 내역을 명시하는 사례가 늘었고, 납품단가 지급 기일도 31.5일에서 23.7일로 줄었다. 대기업이 중소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그만큼 중요한 경영 원칙으로 삼고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전경련 조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중소기업이 느끼는 온도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얼마 전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노영민 의원(민주통합당)이 중소기업청 국정감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동반성장 실태는 오히려 퇴보했다. 최근 5년간 수탁·위탁거래 실태조사 결과, 납품대금 법정 지급기일(60일) 준수율이 지난 2007년 97.5%에서 점차 낮아져 2011년에는 84.2%로 5년간 13.3%P가 줄었다. 납품대금 지급 관련 위반사항도 지난 2008년 29억9400만원에서 지난해 71억9900만원으로 약 세 배 급증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에서도 이 기간 대기업의 내부거래 금액은 144조7000억원에서 186조3000억원으로 41조6000억원이나 늘었다.
도대체 어느 쪽이 진실인가. 답은 중소기업이 겪는 현실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지금 중소기업과 서민은 최악의 경기 침체에 허덕이고 있다. 상당수 대기업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다 보니 협력사를 상대로 한 과열 경쟁 유도와 납품 단가 인하가 곳곳에 만연한 상황이다.
그동안 동반성장을 얼마나 실천했는지 보여주는 각종 지표상의 과거형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고 치자. 문제는 지금부터다. 내년까지도 경기 회복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한다. 동반성장은 호황기가 아닌 불황기에 더 실천하기 어렵고 동시에 더 빛을 발한다는 점을 주지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