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배트맨 시리즈의 신작에는 어김없이 배트카가 나왔습니다. 주인공 배트맨은 고담시티를 지키기 위해 배트카를 몰고 악당을 무찌르러 가는데요. 운전을 하다가 버튼을 누르면 배트카는 혼자서 주행합니다. 손과 발이 자유로워진 배트맨은 그제야 악당과 싸우죠. 앞으로 배트카같은 자동차가 현실 속에서도 등장할 거라고 하는데요, 바로 무인자동차라고 불립니다.
Q:무인자동차란 무엇인가요.
A:무인, 말 그대로 사람이 없어도 스스로 주행하는 자동차를 말합니다. 자동차가 스스로 주행환경을 인식하고 목표 지점까지 운행할 수 있어요. 그래서 자율주행자동차라고 불리기도 하죠. 무인자동차는 스스로 위치를 파악하고 장애물을 인식할 수 있는 감지시스템, 감속과 가속, 조향 등의 명령을 내리는 중앙제어장치, 명령에 따라 필요한 작동을 취하는 액추에이터 등으로 구성됩니다.
Q:무인자동차에 들어가는 기술에는 무엇이 있나요.
A:무인자동차는 그야말로 IT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어요. 로봇, 컴퓨터공학, GPS, 전자제어 등 첨단 기술의 발전에 힘입었죠. 이들 차에 사용되는 전문 기술 용어로는 `지능형 순항제어` `차선이탈방지(LDD)` `주차보조기술` `사각지대 정보안내` 등이 있는데요. 너무 어렵죠? 쉽게 풀어 말하면 실내 백미러에 비디오 카메라가 부착되어 있어요.
여기에 붙어있는 센서가 교통신호기 변화를 감지해 차량 주변의 작은 움직임까지 측정한답니다. 앞 번호판과 범퍼에도 주위 장애물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가 있습니다. 도보와 중앙선 등 차선을 감지해 안전하게 움직이는 것을 도와주죠. 차량 천장에는 광선 레이더가 있어 지도상에 차량의 정확한 위치, 즉 GPS를 표시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무엇보다 차량 내에 운전을 할 컴퓨터가 필요하겠죠. 이 컴퓨터는 운행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서버와 교신하면서 전체적인 조작을 지시합니다. 차가 스스로 비어있는 공간에 일렬주차를 하는 모습, 상상이 되세요.
Q:새로운 형태의 자동차가 도로에 등장하는 셈인데, 법적인 문제는 없나요.
A:가장 진화된 무인자동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단 2개의 주만 관련 법안이 통과된 상태입니다. 지난 6월 네바다주에 이어 7월 캘리포니아주도 국도 및 고속도로에서 무인자동차를 운영할 수 있는 법안(상원 법안 1298호)이 통과됐습니다. 다른 주에서 무인자동차를 타면 불법인 셈이죠.
이 2개 주는 조금 성격이 다른데요. 네바다주가 무인자동차 개발 및 실험 목적으로 주행법안을 통과시켰다면 캘리포니아주는 실제 일반인이 무인자동차를 운영한다는 전제하에 법안이 만들어졌습니다. 단, 캘리포니아주는 무인자동차 실험을 진행하려면 연방 안전기준을 만족해야 하며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순찰대의 입회 아래 진행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자동차 스스로 운전하지만 운전석에는 사람이 꼭 있어야 한다는 점은 물론입니다. 앞으로 애리조나주, 하와이주, 플로리다주도 무인자동차 법안 제정을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니 기대해 봐도 되겠지요.
Q:무인자동차는 언제쯤 상용화될까요.
A:당장 무인자동차가 활성화되어 도로를 누비는 모습은 조금 상상하기 어렵겠습니다. 일반용 뿐 아니라 장애인을 위한 보조수단, 군사용, 화물운송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될 것이라는 전망은 속속 나오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각종 부품 가격이 저렴해지거나 도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 같아요. 앞서 언급한 법제화 통과도 시급하구요.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개발이 착착 진행 중이니까요. 해외에서는 구글, GM, 벤츠, BMW, 아우디 등이 무인운전시스템, 네트워크 전기차 형태로 무인자동차를 개발하고 있어요. 미국의 국방연구소인 다르파(DARPA), 베를린 자유대, MIT 등이 무인차량을 개발 중입니다. 국내에서도 현대기아차가 투싼 무인자동차를 개발했구요. KAIST, 국민대, 기술교육대 등이 자율주행자동차 경진대회에서 시범 자동차를 내놨습니다. 우리나라 대표 연구소인 ETRI와 KIST도 각각 무인자동차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5~10년 내에 상용화될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겠죠.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